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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엄마가 하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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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엄마가 하라고 했어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3/07 10:01 수정 2017.03.07 10:01













 
↑↑ 김선희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
ⓒ 양산시민신문 
해마다 연초가 되면 1년 동안 함께할 청소년 동아리 모집을 한다. 참가희망자들과 사전면담을 할 때 어떻게 신청하게 됐으며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9할 정도 친구들이 “엄마가 하라고 해서요” 또는 “엄마가 이거 하면 봉사시간 채울 수 있대요”라고 대답한다. 때로는 “엄마가 이거하면 게임기 사준다고 했어요”라고 얘기하는 친구들도 간혹 있다.

그럴 때면 한 가지 장면이 오버랩 되는데, 스무 살이 훌쩍 넘은 훤칠한 청년이 어머니와 함께 와서는 어머니가 “선생님께 인사해야지?”하는 소리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던 기억이다. 다시 동아리 신청 한 친구에게로 돌아와 “그럼 너는? 네 마음은 어때?”라고 되물으면 별로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동아리 모집 소식은 어머니 추천과 권유였지만 활동을 하고 안하고는 너의 선택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해 주곤 한다.

부모교육이나 부모상담을 하게 되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자기 일은 스스로 하는 자율성 있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자율성은 부모인 내가 찬성하고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라는 한계가 있다. 제멋대로 반항하는 청소년들도 그 속마음은 부모가 내 의견에 찬성을 해주고, 응원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부모와 소통에 실패하게 되면 그 좌절감은 꽤 커서 성인이 돼서도 아이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찬성 받지 못한 도전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이고 그런 조급함은 마음의 여유를 빼앗게 되고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과 탄력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선택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잘 한 선택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실패가 아닌 실수였다는 것, 그래서 다시 선택할 수도 있고 그 실수를 만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용기를 북돋는 문제해결력은 여러 번 잘한 선택과 잘못한 선택의 반복을 통해서 몸으로 체득하는 것인데 그 기회마저도 가질 수 없게 되면 그 연습을 언제 어떤 식으로 할 수 있을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아이가 제대로 자율성을 발휘해 자기에게 유용한 선택을 하기 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기다려 주기까지 부모도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부모가 대신 챙겨주고 움직여주고 조사해주고 찾아주고 추천과 권유라는 명목으로 설득, 회유,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면 실수나 실패는 훨씬 줄어들 순 있겠지만 자발성, 자율성을 배우는 속도 역시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더 나아가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려고 하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아이의 자율성도 키워줘야 하고 또 실패 없는 삶으로 유도도 해야 하니 부모 고민이 참 클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언젠가는 부모 없이 혼자 서야 하고 혼자 결정해야 하고 혼자 걸어가야 한다. 그 시기를 보통은 ‘성인이 될 때까지’ 관습적으로 유보하게 되는데 연습 없이 나이가 됐다고 갑자기 자율성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칙은 있되 안전한 가이드라인 아래 선택과 책임에 대한 시행착오가 허용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부모 지혜가 어우러져 아이는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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