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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가짜 뉴스
오피니언

[빛과 소금] 가짜 뉴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3/14 09:45 수정 2017.03.14 09:45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한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미국 어느 대학교 경제학을 가르치는 노 교수가 수업시간에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한 복지정책을 비판했다. 이로 학생들과 논쟁이 붙었고, 교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무상복지처럼 학점도 수강생 전원 평균점수를 모든 수강생에게 똑같이 주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에 흔쾌히 동의했고, 마침내 첫 번째 시험을 쳤더니, 전체 평균이 B가 됐다.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은 불평했지만, 놀기만 했던 학생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리고 두 번째 시험을 치니 전체평균은 D가 됐고, 마지막 세 번째 시험을 치니 전체 평균이 F가 됐다는 것이다. 공부해봐야 열심히 한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고, 또 열심히 해봐야 남 좋은 일시키는 꼴이니 굳이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의식이 팽배한 결과였다. 

수업 마지막에 그 교수는 “여러분이 F학점을 받았듯 이런 종류의 무상복지 정책은 필연적으로 망하게 돼있습니다. 사람들은 보상이 크면 노력도 많이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의 결실을 정부가 빼앗아서, 놀고먹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면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성공을 위해 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이니까요!”

이 이야기 결론은 무상복지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팩트 체크를 먼저 해봐야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미국 어느 대학 노교수라는 확인 불가능한 불특정한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이 이야기가 자신 주장을 인용하기 위해 지어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이 학교는 하버드 같은 미국 명문대가 아니라 공부하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런 학생들이 모인 학교이거나 그 수업 역시 그리 비중 있는 과목이 아닐 것이다. 왜냐면 공부하는 목적이 좋은 학점을 받는 데만 있지 않을뿐더러 학점 때문에 공부하길 포기하는 수업이라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런 과목일 것이다. 

만일 학점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는 필수 과목이고, 가르치는 이가 그 학교 대표적인 교수로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이라면 이런 식으로 공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어떤 상황을 보편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적절한 예가 될 수 없는 객관성을 잃은 이야기다. 

딱 봐도 무상복지를 폄훼하고자 억지로 만든 이야기라는 의심이 든다. 거기다 이 교수는 부자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준다는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이성이 아닌 감정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세금을 열심히 일하는 국민 결실을 빼앗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금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마저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경제학 교수를 통해 무상복지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도를 보니 가짜뉴스가 SNS를 타고 번져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내 카톡으로 들어온 저 이야기도 가짜뉴스에 속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내용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텐데 너무 쉽게 선동돼 이렇게 전파시키는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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