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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말 둘레길]바람에 대한 말..
오피니언

[우리말 둘레길]바람에 대한 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3/14 10:03 수정 2017.03.14 10:03











↑↑ 양인철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출근길, 차를 몰고 도로라는 정글에 나선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이 자동차에 앉은 채 떠다니고 있다. 자가용을 탄 사람도 있고, 승합차나 대형트럭을 모는 사람도 있다. 다들 어디로 가는지 무척 바빠 보인다. 운전형태는 사람 성격처럼 여러 가지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사람, 어떤 추월도 허용하지 않는 사람, 수시로 차선을 바꾸며 끼어들기를 반복하는 사람, 영화 속 주인공인 양 운전대만 잡으면 도취해 속도광이 되는 사람 등. 이런 정글에서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는 데는 많은 노력과 운이 필요하다.


대형차는 가까이 오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되고, 예측이 어려운 교차로나 골목길 사고는 멈추지 않는다. 귀청을 찢는 듯한 클랙션 소리와 거의 동시에 들리는 ‘쿵’하는 소리. 차들이 멈추고, 문을 열고 도로에 나서는 사람들. 고성과 함께 끔찍한 욕설이 오간다. 이 상황이 더하면 광기 어린 보복이 이어지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런 일들은 마치 운명이 휘두르는 횡포 같다. 지그문트 바우만 말처럼 우리는 진보와 발전의 끝에 놓인 유토피아를 꿈꾸었지만, 모든 것이 제멋대로 출렁거리는 불확실한 시대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일까.
그에 따르면 현시대는 사냥꾼들 시대다. 오로지 사냥감을 죽여 자루를 채우는 데만 관심을 갖는 시대. 삶의 의미는 생각지 못한 채 끝없이 뭔가를 추구하는 사람들.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나만 생각한다.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 위험은 현저하게 제멋대로 떠다니며, 변덕스럽고 어이없다. 예측할 수 없는 횡포 앞에 던져진 사람들. 위험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희망이 없는 이런 상태를 어찌할까.


이번에는 바람에 대한 말을 찾아봤다.

ㆍ꽃샘바람 :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에 부는 쌀쌀한 바람.
ㆍ꽁무니바람 : 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ㆍ명지바람 :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 = 명주바람.
ㆍ살바람 : 좁은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 초봄에 부는 찬바람.
ㆍ왜바람 : 방향이 없이 이리저리 함부로 부는 바람. = 왜풍.
ㆍ솔솔바람 : 부드럽고 가볍게 계속 부는 바람.
ㆍ소소리바람 :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ㆍ소슬바람 : 가을에,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며 부는 으스스한 바람.

두런두런 궁시렁궁시렁

1) 신라 경문왕 때 복두장이는 죽기 전 도림사 대밭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 시원하게 외쳤습니다. 이때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속삭여 말할 때 나발 모양처럼 만들어 입에 대는 손’의 뜻으로 쓰이는 말은 손나팔이 아니라 ‘손나발’입니다. 병을 거꾸로 입에 대고 병째로 들이켜는 것도 ‘병나발 불다’입니다.


2) 문을 열 때 바퀴 구르는 소리가 나면 도르래가 아니라 ‘호차(戶車)’입니다. 미닫이가 잘 여닫아지도록 문짝 아래에 홈을 파고 끼우는 작은 쇠바퀴가 ‘호차’입니다.


3) 겨울이 되면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듭니다. 맛있는 곶감 안에 든 것은 씨앗이 아니라 ‘씨’입니다. 식물의 열매 속에 있는, 장차 싹이 터서 새로운 개체가 될 단단한 물질이 ‘씨’고, 곡식이나 채소 따위의 씨가 ‘씨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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