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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줄의 노트] 그대 생의 솔숲에서..
오피니언

[詩 한줄의 노트] 그대 생의 솔숲에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3/21 09:45 수정 2017.03.21 09:45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ㅣ 시 감상



‘봄산에서 나를 버릴 수 있다’는 화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고 자연이 주는 섭리로 내면 깊은 곳까지 교감하면서 사유한다고 볼 수 있다. 솔숲의 푸르름에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지난날 삶의 고단함을 버리려는 화자의 마음이 엿보이는 것을 보면 봄산, 솔숲이 주는 공간적인 배경이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행복함에 빠져들게 만든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혼자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나에게 있어 그냥 좋은, 근심과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슴 벅찬 공간은 어디일까? 문득 공간이 주는 의미를 부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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