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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오피니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4/04 10:06 수정 2017.04.04 10:06













 
↑↑ 강동진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
ⓒ 양산시민신문 
가마솥에 잘 지어진 하얀 쌀밥을 먹기 위해서는 ‘뜸’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도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말해 주는 두 친구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례1 헛 살았어요!!

A군은 2013년 울산보호관찰소에서 다양한 비행문제를 가지고 청소년동반자로 연계됐다. 인문고를 진학했으나 학업에는 관심이 없어 실업고로 전학한 후에 곧바로 학업을 중단했다. 상담 진행하면서 검정고시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 스마트교실에 연계했지만 2014년 낙방했다. 하지만 A군과 관계를 끊어버리지 않고 연락하면서 2015년에도 검정고시를 권하고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시험 치는 도중에 나와 버려 포기하고 말았다. 2016년에 다시 A군에게 연락하고 도전해보기를 권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며 다시 포기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스스로 센터를 방문해 청소년동반자를 찾아와 친구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도 제대해 자리 잡아 가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다며 ‘헛살았다’고 했다. 공부는 정말 자신이 없고 기초가 너무 없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며 가능할지 물어왔다. 물론 가능하다며 도전하는 용기를 한껏 지지하며 꿈드림 담당자와 연계하고 바로 스마트교실에 등록했다. 



자신보다 어린 후배들과 공부하는 게 가끔은 힘들다고 하지만 결석하지 않고 매일 웃으며 센터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인사하고 먼저 검정고시 모의고사를 치르자는 제안을 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의지를 느끼게 된다. 마음을 먹고 찾아왔는데 청소년동반자가 그대로 있어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례2 동생도 상담이 필요해요


2013년 봄, B군은 유년시절 부모 이혼 후 아버지와 할머니, 남동생 이렇게 4인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형편이어서 중학교 입학 후 교복이나 체육복 구입이 어려웠고 그로 인해 학교 가는 것을 힘들어하며 잦은 지각과 결석을 했다. 



결석이 잦아지면서 또래관계에서 어려움도 생기고 무기력과 우울 증상을 호소했고, 학교에서는 혼자 지내는 등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학업중단 위기에 놓이게 돼 청소년동반자로 연계됐다. 당시 담임교사가 결석 때문에 B군 아버지에게 전화하면 아버지는 이유도 묻지 않고 B군을 집에서 쫓아냈고 이는 결석이나 지각으로 이어졌다. 


청소년동반자에게 결석했다고 연락이 오면 집 주변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가정방문도 했다. 처음 청소년동반자 문화활동으로 빙상체험 활동에 참여할 때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어쩌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모든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보였고, 이를 보며 B군의 무기력이 보살핌 부재와 문화 결손에서 오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이는 활동이 변화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 여겨 청소년동반자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상담 또한 거절하지 않고 잘 따라오며 시간이 지날수록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3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꾸준히 명절 선물이나 김치ㆍ의류지원 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B군 아버지와 할머니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있다. 이는 아버지 양육태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줬다.
중학교 졸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B군은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집과 학교 거리가 제법 있지만 일찍 일어나 학교도 잘 다니고 있다. 



너무나 놀라운 것은 책을 전혀 보지 않던 B군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면서 학업에도 흥미를 가지게 됐고 성적도 올랐으며 현재 소설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물론 친구들과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으며 중학교 때 친구들과도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제는 “선생님 동생도 상담이 필요해요”라며 동생 학교생활을 챙기고 있다.

비행행동 중심에 서 있는 청소년이든 해체된 가정에서 숨조차 쉴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청소년이든 지역사회에서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며 맛있는 밥이 뜸이 들어 지어질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믿고 지지해주며 기다려 주는 누구가가 있다면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현장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래서 호흡을 길게 하고 맛있는 밥이 지어지길 기다리듯이 우리는 아이들이 성장하기를 기다린다. 이러한 청소년들이 발견되면 청소년들이 성장하기를 함께 기다려주는 청소년동반자를 만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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