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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⑪] 네팔의 시간은 늘 자연 순리..
기획/특집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⑪] 네팔의 시간은 늘 자연 순리에 따라가는 삶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4/10 09:15 수정 2017.04.10 09:15














 
↑↑ 이상배
알피니스트
(사)영남등산문화센터 이사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
세계5대륙 최고봉 등정
ⓒ 양산시민신문 
샤브루베시 → 코사인쿤도



랑탕 여행은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와 함께 네팔 3대 배낭여행지로 손꼽힌다. 카트만두에서 랑탕여행 출발점이 되는 샤브루베시까지는 136km 떨어져 있다. 트리슐리 강을 따라 샤브루베시까지 이어지는 산간 도르는 일명 파상나무 하이웨이라 부른다.

영국 철학자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고통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사랑하라”고 했다. 


네팔(Nepal) 히말라야(Himalaya)는 분명 지구상에 있는 오지 가운데 하나다. 우리 인간에게 일상적 삶의 영역이 될 수 없는 지극히 험난한 곳이다. 히말라야는 7천~8천m급 설산거봉이 동서로 뻗어있는 그야말로 세계의 지붕이다. 그곳은 인간이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곳이므로 사람들은 일찍이 이곳을 ‘신(神)의 영역’이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히말라야 고봉 등정은 신이 허락해야 이뤄진다고 했다. 일찍이 세계 수많은 산악인들이 이 신(神)의 산에 도전해 등반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또 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신의 허락을 받지 못한 많은 산악인들이 자신의 뜨거운 목숨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나 역시 일찍이 산을 좋아해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조국 산하를 수십 년 동안 오르내리면서도, 항상 마음은 미지의 세계, 그곳 히말라야에 가 있었다. 

  















↑↑ 네팔 1호 국립공원인 랑탕배리의 천상화원 전경.
ⓒ 양산시민신문



이번에는 네팔 국립공원 제1호 랑탕벨리와 4천300m 고지 산중호수가 있는 코사인쿤도를 둘러보는 여정이다. 다시 한 번 심신의 절절한 울림을 느끼고 싶었다.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서 아시안트레킹 툭텐(Tukten Sherpa)을 만났다. 운전기사와 직원들을 대동해 미니버스를 대기시켜놓고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툭텐 사장은 네팔 방식대로 우리를 환영하는 세리모니를 베풀었다. 우리 일행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홍색과 노랑색을 띤 띠하르꽃(Tihar Flower)으로 엮은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열렬히 환영했다. 네팔에서는 전통적으로 반가운 손님을 맞거나 떠나보낼 때, 카타(Kata)라고 하는 실크목도리를 걸어준다. 오늘은 특별히 생화(生花)로 만든 금송화를 걸어줬으니 특별한 영접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투숙한 삼사라 호텔은 카트만두 타멜 거리 한 복판에 위치해 있는데, 지난해 히무룽원정과 안나푸르나 트레킹 때도 이용한 탓인지 무척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 식사는 호텔에서 가까운 레스토랑 빌라에베레스트에서 양념오리구이를 먹었다. 식당 사장은 ‘앙도로지 셰르파’로 일찍이 히말라야 한국등반대 요리를 담당하다가 한식요리를 배워 한식전문요리사가 된 사람이다. 


우리 일행들은 모두 험난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앞두고 긴장한 상태였다. 히말라야 트레킹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이 많아 식사를 하면서 각별히 당부했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의 룰이 있으므로 다소 불편하더라고 서로 마음을 모으고 함께 즐기는 트레킹을 하자고 하면서 혹 문제가 있어도 문제 삼지 말자며 “No Problem!”을 제의했다. 


이른 아침, 호텔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8시(한국보다 3시간 15분 늦다) 현지 에이젠시에서 제공한 미니버스에 몸을 싣고 산행들머리인 샤브루베시(Syabrubesi)로 향했다. 버스에는 우리 일행들과 함께 동행할 현지 가이드 ‘리마 셰르파(Llma Serpa)’와 요리사 ‘마일라 따망(Mailla Tamang)’을 비롯해 5명의 ‘꿀리’(포터)가 동승했다. 이쯤 되면 마일라와 나는 우연이 아니고 인연이다. 



내가 히말라야로 갈때 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셈이다. 작년에도 나와 함께 16일 동안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를 걸었다. 천성이 착하고 충직해 그를 겪어본 사람은 누구나 그를 좋아하고 칭송한다. 우리가 탄 버스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통하는 트리부반 국도를 경유해 달려갔다. 네팔 전역 도로는 총 6천km에 이르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비포장도로다. 















ⓒ 양산시민신문



카트만두 아침은 항상 분주하고 복잡하다. 일찍부터 어디를 가는지 엄청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도로에는 차선이 거의 없다. 크고 작은 버스와 대형 트럭, 택시와 오토바이가 뒤엉키듯 정신없이 오고간다. 뗌뽀(tempo)라는 소형삼륜차 택시가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린다. 여기저기 개들이 무심코 길을 가로질러 건너고, 심지어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 한 가운데 소 한 마리가 넌지시 엎드려 있다. 



소는 신성하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 둔다. 차들이 잘도 피해 다닌다. 그야말로 ‘노 프라블럼(No Problem)!’이다. 네팔 특유 낙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네팔인들은 한 번도 다른 나라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인간과 동물과 차들이 다함께 길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곳, 이곳이 네팔 카트만두다.


시내를 벗어나는 고갯마루인 단콧(Dankot)을 넘으면 가파른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말이 국도이지 우리나라 산골 오지로 들어가는 2차선 도로 수준인데, 도로 곳곳은 파여 있고, 수많은 차가 지나다니는 바람에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기 일쑤다. 인도에서 네팔 카트만두로 들어오는 모든 물자가 이 길을 통해서 들어온다. 시도 때도 없이 짐을 잔뜩 실은 거대한 트럭과 각종 차량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우리 버스는 해발 1천m 정도를 내려와 달리다가 가치(Gachi)라는 곳에서 트리슐리(Trishuli) 강을 따라가는 2차선 도로로 접어들었다. 이 길 끝은 히말라야를 넘어 티벳으로 넘어가는 산길로 이어지는 도로다. 이 트리슐리 강의 한 지류가 랑탕 계곡(Langtang Vally)이다. 



그런데 가치의 삼거리에서 도로를 따라 순조롭게 달리던 버스가 얼마 가지 않아 갑자기 멈춰 섰다. 도로 옆에는 트리슐리 강이 흐르고 길이가 약 200m가량 되는 현수교가 설치돼 있는데, 건너편 산간마을에서 학교로 가기 위해 많은 아이들이 현수교를 건너오고 있었다. 버스는 스쿨버스가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진한 아이들 까만 눈망울이 여간 귀엽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진행하는 방향으로 나가 보니 2km 정도 앞선 지점에서 도로가 유실된 흔적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보수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앞서 삼거리 강가에서 골재를 채취해 적재한 트럭과 상ㆍ하행 버스와 수많은 차량이 뒤엉켜 차가 빠지지 않고 있었다.



현지 경찰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날씨는 덥고 모두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 자동차가 나가지 못하고, 아직도 많은 거리가 남아있는 여정이라 큰 걱정이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게 됐다. 하도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길가 구멍가게에서 콜라와 물을 사서 팍팍한 목을 축였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겨우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 양산시민신문




서둘러 달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트리슐리(Trisuli) 마을에 도착했다. 짐부(Jimbu)라는 식당에서 네팔 전통음식인 ‘달밧’을 시켜 점심식사를 했다. ‘달밧’은 녹두죽(Daal)에 치킨커리(닭볶음)와 야채볶음, 그리고 쌀밥(Baat)을 비벼서 먹는 음식이다. 현지 주민들은 이 달밧을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집어먹는다. 나도 그렇게 먹었다.


트리슐리(Trisuli) 마을에서 강을 따라 가다가 베트라와티(Betrawati)에서부터는 본격적인 산간도로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그 구절양장 길은 고산마을인 스와라(Swara)을 지나, 해발 1천790m 람체(Ramche) 마을을 지난다. 엄청나게 높은 고도로 올라가는 산길이다. 2차로 도로는 잘 포장돼 있었지만, 갈 지(之)자로 돌아가는 급커브 도로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해발 고도 1천m 이상 구절양장 길을 좌로, 우로 방향을 바꾸며 휘돌아 올라가는 것이다. 길은 거산 중턱을 타고 올랐다. 건너편에 보이는 거대한 산들이 점점 같은 눈높이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산사태가 난 것으로 보이는 지역에는 포크레인 한 대가 대기하면서 수시로 길을 정비하고 있었다. 길은 외길이어서 일정한 지점에서 상ㆍ하행 차량들이 기다렸다가 오고갔다. 잔뜩 흐린 하늘, 해는 서서히 큰 산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둔체 입구 검문소에서 또 다시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트럭과 버스, 그리고 각종 차량들이 줄을 이어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티벳(현재 중국이 강점하고 있음)과 네팔 국경 지역이 가까운 곳으로, 요즘 중국인들이 네팔 히말라야 지역에 들어와 야생동물들을 남획하고 있어 경계를 엄중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랑탕 히말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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