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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마을카페 소소봄의 일곱살 인생 이야기..
오피니언

마을카페 소소봄의 일곱살 인생 이야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4/10 10:21 수정 2017.04.10 10:21













 
↑↑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양산시민신문 
소소봄 마을살이라는 글을 쓴지 일년이 됐습니다. 읽어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글을 쓸 수 있도록 주선해준 기자와 글 공간을 할애해준 시민신문에 감사합니다. 

한 해 동안 소소한 마을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소소봄이 마을에 자리잡은지 7년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소소봄이 7년 동안 어떻게 마을에서 이웃들과 정을 나눴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소소봄, ‘밝을 소’, ‘바 소’, ‘봄 봄’, ‘밝은 봄이 머무르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양산 작은 마을카페. 사회복지사였던 저는 사회사업 현장에 있을 때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었지만 의도치 않게 도움을 받는 이와 도움을 주는 이로 구분하는 환경과 상황을 자주 접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복지’가 특별한 서비스나 시혜적 지원을 넘어 평범한 살림살이가 되는 것을 꿈꾸다가 착안한 것이 바로 ‘카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카페’를 25년째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내 마을, 내 이웃을 만나고 싶었고, 발에 땀이 나도록 마을을 두루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우선 1년에 4번 이상 마을 공연을 열었습니다. 주인공도 관객도 대부분 마을주민으로 진행한 마을 공연이었습니다. 진행하는 저나, 공연자가 미흡할 때도 있었지만 소소봄을 무대로 소박한 이웃 이야기를 또 다른 이웃에게 때론 음악으로, 때론 이야기로, 때론 마술이나 공연으로 채워나갔습니다. 소소봄이라는 양산 작은 마을공간에서 이웃의 아들과 딸이, 또는 옆집 청년이나 부모님이 자리해주셨습니다. 덕분에 7년 동안 30번의 공연을 끊임없이 진행했고 소소봄은 이웃들과 소통하고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소소봄은 다른 카페와는 다르게 쿠폰 과 테이크아웃할인제도 대신 자연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텀블러 조합을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해마다 1만5천원 조합비로 방문할 때마다 음료를 1천원 할인 받거나,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웃들에게 시중보다 높은 할인을 적용해서 음료를 제공해드렸습니다.(2016년 초에 종료했습니다.) 소소봄을 자주 찾는 이웃들에게 가치있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늘 고민하고 또 실천해 나갔습니다.


후원활동을 예를 들면 커피 리필을 할 때마다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후원금을 마음껏 낼 수 있게 ‘팁 오브 러브’를 진행해 마을에 있는 부산대어린이병원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좀 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기존에는 일정한 값의 리필금액을 후원함에 넣었지만 이를 팁이라는 명분으로 바꾸고, 바뀐 이유에 대해서 한 분 한 분 자세히 설명드렸습니다. 그 후 모금액이 3배 이상 높아졌고, 2017년 후원금액이 약 100만원이나 됐습니다. 조만간 어린이병원 로비에 있는 후원판에 이름이 새겨진다고 합니다. 그 이름은 “이웃과 인정 어린이병원 옆 소소봄동네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매번 후원금액에 대한 영수증은 후원모금함 앞에 공지해 주민들이 더욱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의미는 주민들에게는 카페서비스에 대한 평가와 투명하게 쓰이는 후원금, 그래서 마을과 마을사람들이 정답게 살아가기 위해 소소봄이 어떻게 그 일을 거들고 있는지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활동이 가져온 결과를 통해 소소봄은 더욱 서비스에 신경쓰고, 마을 분들과 소통하는데에 중점을 두게 되는 강점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어느 날 중학생 몇 명이 저희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와 앉아 과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카페에서 과제를 하는 대학생들을 보기는 흔하지만, 중학생들이 카페에 앉아 과제를 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학생에게 소소봄에 온 이유를 물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부터 엄마를 따라 소소봄에 온 기억에 자연스럽게 오게 됐다고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니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모습이 저에게는 크게 와 닿았습니다. 제가 바라던 ‘마을카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마을주민들과 오래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함께 숨 쉬어 가는 곳 말입니다.


소소봄 단골이 한 분 있습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오셔서 핸드드립을 드십니다. 한달을 계산한다면 족히 10만원은 될 것입니다. 청년 삶 속에서는 큰 지출일 것입니다. 하루는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오면, 마음이 편해요. 여긴 참 따뜻한 것 같아요. 다른 카페랑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커피 맛도 좋고, 함께하는 소소봄 사람들도 정겹습니다. 그래서 고마워져요. 집으로 가기 전에 들릴 수 있는 곳이 있어서요” 


참 감사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청년에게서 들을 수 있어 더욱 감사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 맛있는 커피로 대접하겠다고 대답하고 “마을에 함께 살아가니 참 정겹습니다”라고 끝인사를 했습니다.


복지기관을 나와 마을에 살면서 카페로 사회사업을 하니, 사람 사는 동네, 사람 사는 이야기 속에 사회복지사라는 이름보다는 이웃이 더 와 닿습니다. 


이웃 여러분, 7년이나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소한 마을살이 더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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