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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 ||
ⓒ 양산시민신문 |
“양산은 지형적 특성상 소규모 댐 건설이 가능한 지역이 많이 없어, 가능지역 중에 검토하다 보니…”
“그러니까, 무슨 이유 때문에 우리지역에 댐이 필요합니까?”
“홍수 조절과 갈수기 하천 유지수를 확보하기 위해…”
“하천에 물이 부족합니까? 국가 기준 하천유지유량에 비해 여기 유량이 얼마 길래요?”
“아직 그런 구체적인 조사는 안 됐습니다. 신청하고 나면 기술검토가 진행됩니다. 오늘은 주민 의견 수렴단계입니다”
“아니 그럼 주민들은 무슨 근거로 우리지역에 댐이 필요한 지 아닌 지 판단합니까?”
고구마 10개를 먹은 듯 속이 답답했다. 지난달 열린 댐 희망지 신청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지켜 본 솔직한 심정이다. 한 달이 지나 주민설명회가 열렸던 4곳 가운데 1곳이 희망지로 선택돼 경상남도와 국토교통부에 신청서가 접수됐다. 하지만 여전히 고구마는 남아 있다.
댐 희망지 신청제는 환경문제, 지역주민 반대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던 정부 주도 댐 사업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댐 건설을 위해 계획 단계부터 지역주민 여론을 수렴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인다는 계획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다. 분명한 것은 시작단계부터 이 목적은 이미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주민설명회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여타 개발사업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면 무조건 찬성하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 무조건 반대하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명회 내용을 차근차근 들어보고 찬반을 결정하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을 위해 주민설명회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행정절차다.
이번 댐 희망지 신청 주민설명회는 진짜 설명을 듣기 위해 찾은 주민에게 너무 불친절했다. 태도가 아니라 정보를 말하는 것이다. 이들이 댐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 실제 주민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여러 번 나왔다. 때문에 설명회를 한 번 더 개최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3개월 간 전문가 용역조사를 끝내고 열린 주민설명회였기에 최소한 사업필요성 검토나 지역특수성 사전조사 등을 갖췄어야 했다. 홍수 조절 목적이라면서 지류하천이기 때문에 홍수조절 효과가 비교적 적다고 설명하고, 건천화 방지에 기여한다면서 해당 하천에 유지유량이 얼마나 부족한 지에 대한 기본 데이터조차 제시하지 못한 설명회였다. 댐 건설 사업 취지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 우리지역에 왜 댐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 왔는데 가장 기본적인 설명을 듣지 못하고 간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이게 뭐하는 건데…” 하고 어리둥절 참여했던 중립(?)적인 주민 상당수가 주민설명회 이후 반대 의견을 냈다. 더욱이 주민이 반대하면 신청하지 않는다고 했던 사업이 버젓이 신청됐다. 3월 말까지 신청서를 내야 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명은 소용없다. 이 때문에 이미 갈등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갈등(葛藤)’이란 왼쪽 방향으로 감기며 자라는 칡과 반대방향으로 감기는 등나무가 얽힌 것처럼 복잡하게 뒤엉킨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개발사업을 추진하다보면 꼬여있는 칡덩굴과 등나무 줄기를 하나하나 풀어 그 끝이 보이는 갈등이 있는가 하면, 까다롭고 복잡하게 엉키고 또 엉켜 도저히 풀어낼 방법이 없는 갈등도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필요한 곳에 도로를 개설하고, 필요한 곳에 집을 집고, 필요한 곳에 공장을 짓는 개발사업은 말 그대로 필요하다. 댐이 필요한 곳이면 댐 역시도 건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단추를 채울 때 주민과 구체적인 사전협의와 이로 인한 시간투자는 더 큰 갈등을 막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