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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이별도 봄처럼..
오피니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이별도 봄처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4/18 09:24 수정 2017.04.18 09:24













 
↑↑ 박주현
희망웅상 홍보분과
ⓒ 양산시민신문 
나에게는 고요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닌 늙은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하늘’이라는 이름처럼 그는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먼 곳을 가만히 응시하거나 밤하늘 달빛을 받으며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어느 새부터 하늘이 몸무게가 조금씩 줄더니 곧 식음을 전폐하기 시작했다. 


슬펐다. 나는 어리석게도 나의 새끼고양이가 이제 늙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었다. 매일이 평소와 같아서 그랬을까. 나이 듦을 티 내지 않는 녀석이라 그랬을까.


주말 동안 정신없이 한바탕 눈물 바람이 지나갔고 우리는 이제 그와 이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국 그제야 나는 사랑하는 반려동물들과 이별을 생각하게 됐다.


누구든 이별은 쓰리고 아리다. 

 
우리에게 셀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줬던 모든 것과 이별을 어떻게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어쩜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처럼 멀리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하늘이는 나와 달리 자연 순리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지금 나는 하늘이로부터 이별에 대해 다시 배우고 있다.


이별은 결국엔 그리움으로 남겨지고 그 그리움은 한없이 슬프다. 해마다 겨울이 오면 우리가 가족으로 처음 만난 15년 전을 떠올릴 것이며, 하늘이가 아침마다 보냈던 인사가 그리워져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많은 추억과 기억의 조각들이, 사무치는 그리움이 돼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렇게 남아있는 모든 흔적은 슬픔이 아닌, 행복했던 추억이 될 것이다. 하늘이가 몸을 뉘고 있는 저 자리와 냄새와 장난감이.


이제 하늘이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작은 네가 우리 집에 와서 내 품에 안겨줘서 고맙고, 때론 지쳐있는 내게 말 없는 위로를 보내줘서 고맙고, 밤하늘 밝은 달을 함께 볼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그리고 우리 삶이 생과 사가 함께 공존해 있음을 깨닫게 해 줘서 그저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하늘이가 나를 위해 마지막으로 선물한 이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싶다. 그래서 하늘이를 보내는 날, 더 많이 울지 않고 더 많이 미안해 하지 않으리라. 눈을 감고 있는 하늘이 곁으로 가서 살짝 귀를 대본다. 내 인기척에 낮은 음성으로 ‘가르랑’ 소리를 내 답을 한다. 

 
하늘이에게 봄이 왔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종잇장처럼 가벼워진 하늘이를 안고 베란다 창을 활짝 열어 본다. 나는 우리 이별이 이 봄처럼 향기롭고 따뜻할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흐드러진 벚꽃이 하도 고와서 가슴이 저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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