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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⑬] 히말라야 자연이 가슴에 와 ..
기획/특집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⑬] 히말라야 자연이 가슴에 와 담기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5/08 10:28 수정 2017.05.08 10:28
랑탕 히말 세번째 이야기












ⓒ 양산시민신문















 
↑↑ 이상배
알피니스트
(사)영남등산문화센터 이사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
세계5대륙 최고봉 등정
ⓒ 양산시민신문 
밀림지대가 끝난, 코다타벨라 이후 랑탕마을로 가는 길목은 관목(灌木)지대다. 그 초원 산록은 온통 천국의 화원(花園)이다. 계곡 건너 큰 산 기슭에는 거대한 수림이 안개에 젖어 있지만 고도를 높여가는 길목은 수목한계선을 지난 지역이라 여기저기 갖가지 히말라야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며 화들짝 피어있다. 


물기를 함초롬히 머금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어 가는 곳마다 눈길을 잡았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양각색 꽃들이 피로에 지친 심신을 은은하게 감싸준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함초롬 피어있는 꽃들, 날씨가 맑았다면 청초한 자태가 훨씬 선연했을 텐데…. 수많은 꽃들을 다 담아 올 수 없어 길을 걷는 여행자는 아쉬울 뿐이다. 


이름 모를 들꽃이 히말라야 산야에 지천으로 깔려있다. 지나가는 길손 처지인데다 그 많은 꽃들을 여유 있게 교감할 시간이 없는 일정이니, 눈길이 가 닿는 꽃들을 마음의 정원에 담는 정성으로 위안을 삼는다. 묵묵히 걸으며 마음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먼 산 바라기’보다는 발밑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들꽃과 눈 맞추고 마음 나누기로 했다. 아름다운 히말라야 야생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햇빛과 억센 비, 바람이 키워낸 야성의 꽃들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자연이 그렇게 피워낸 생명들이다. 


일행은 참키(Chamki, 3천230m) 롯지 식당에서 따끈한 밀크티를 한 잔씩 나누고 고행 같은 도보여행을 계속 이어갔다. 어디를 가나 발길에 걸리는 것은 온통 히말라야 들꽃뿐이다. 오전에 걸었던 림체~코다타벨라 구간이 랑탕계곡을 끼고 올라오는 원시 밀림지대였다면, 오후에 트레킹한 코다타벨라~랑탕 구간은 천국의 화원, 야생화 천국이었다. 



문명의 시간과 공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네팔 오지(奧地), 문명의 이기로 살아가는 영악한 사람 마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대자연 그대로 장관이 온 가슴을 채웠다. 몸은 비록 무겁고 속은 고소증으로 울렁거리고 있었지만 눈으로, 가슴으로, 아니 온몸으로 맞이하는 자연의 진경(眞景)이 가슴에 푹 와 담긴 하루였다. 


트레킹 3일째 오늘은 랑탕(Langtang)마을에서 강진곰파(Ganjin gompa)까지 올라가는 여정이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에 구름이 짙게 드리워 있고, 주변 산록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해발 3천430m 고지에 위치한 랑탕은 비교적 큰 산중 마을이다. 집집 모두 게스트하우스인 마을은 지역 전체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대표적인 마을이다. 



여기저기 수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서양식으로 세련되게 지은 시멘트 건물도 있고, 이곳 특유의 돌벽으로 지은 건물, 전통양식으로 지은 목조건물도 있다. 돌과 시멘트로 새로 집을 짓는 곳이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진료소 표시를 한 건물도 있고 음료와 과자를 파는 가게도 보였다. 


랑탕마을은 봄이나 가을 성수기에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휴양지기도 하고 강진곰파로 들어가는 트레커들의 중간 거점이다. 2014년 봄 한국 드락마르포리(Drakmarpo Li) 원정대(대장 김태훈)가 사용한 같은 롯지에 머물렀다.

















↑↑ 랑탕 트래킹 중 롯지.
ⓒ 양산시민신문



랑탕마을을 벗어나 어느 정도 높은 위치에 올라서서 돌아보니 너르게 펼쳐진 초록 풀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초원 여기저기에서 야크와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牧歌的) 풍경이 참으로 아늑하고 평화스러워 보였다. 


다시 발길을 돌렸다. 마을을 벗어나 언덕 위로 올라선 길목, 안개에 싸인 돌탑과 줄을 이은 마니월(Mani Wall) 돌담이 나타났다. 마니월은 티벳 불교 신앙생활을 표현하는 양식으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 가운데 설치해 걸어가는 도중에도 불교 경전(經典)을 암송하는 신앙적 구조물이다.


그 마니월 돌판 하나하나에는 티벳불교 경전(經典) 구절이 적혀있거나, 간간히 보살상(菩薩像), 연화문(蓮花紋) 같은 것도 새겨져 있다. 마니월을 지날 때는 반드시 왼쪽으로 걸어야 한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돌판 경전을 더듬으면서 “옴 마니 밧메훔(om mani pabme hum)”을 끊임없이 읊조린다. 이 진언(眞言)은 원래 ‘연꽃 속의 보석을 맞이하라’라는 뜻으로, 이를 암송함으로써 ‘큰 지혜를 얻게 되고 자신이 구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행하는 것이다. 


랑탕 지역은 지리적으로 티벳(Tibet)과 가까운 지역이고 실제로 티벳 사람들이 이곳으로 많이 이주해 와 자연스레 그들의 신앙인 라마불교가 전래돼 왔다. 


오른쪽으로 저 아래 멀리 랑탕콜라(langtang khola)가 흐르고, 산록 한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다시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곳에는 방목(放牧)하는 말들과 야크(Yak)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야크는 히말라야 3천m 고지 이상에서 사는 덩치가 큰 소이다. 숫소는 야크(yak), 암소는 나크(nak)라고 부른다. 원래 주인이 없는 야생동물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주인이 있는 야생동물들이다. 여름철에는 그냥 산에서 지낸다. 


얼마가지 않아 돌밭 언덕에 하얀색 본체에 기다란 황금색 첨봉이 솟아있는 스투파(stupa)가 나타났다. 높이 4m 정도인 자연석 바위 위에 세워진 꽤 규모가 큰 스투파다. 옆에는 타르초와 룽다르가 펄럭이고 그 아래에는 맑은 개울물이 콸콸 흐르고 있다. 이정표에는 오늘 목적지인 강진곰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들꽃과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길을 걷다가 한 언덕 고지에 올라섰다. 심호흡으로 가쁜 숨을 안정시키며 바라본다. 안개 속에 게스트하우스 여러 채가 자리 잡고 있는 꽤 큰 마을이다. 오늘 스테이지인 해발 3천830m 강진곰파다. 강진곰파 ‘강진’은 현지어로 낙타를 뜻하고 ‘곰파’는 절(寺刹)을 의미한다. 


옛날 이곳에는 낙타가 많이 자생하고 있었고 주민들의 신앙 중심지인 유명한 사찰이 있어 유래한 이름이다. 지금은 낙타가 아니라 말과 야크를 주로 방목하고 있다고 한다. 강진곰파는 랑탕계곡 상류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인 고원 분지에 형성된 마을로 그 연조가 깊다. 이곳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대부분이지만 야크 젖으로 만드는 치즈공장도 있다. 마을 안에는 베이커리도 있고 식당과 찻집도 있다. 오늘 비록 안개에 싸여 있지만 좌우를 둘러싸고 있는 거봉이 위압적이다.


지난 봄 드락마르포리 초등을 위한 비전원정대가 3일 동안 심신을 추스르고 간 곳이 이곳이다. 드락마르포리는 랑탕밸리 산 속에 묻혀있는 히든피크다. 여기서 이틀은 더 들어가야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고 캠프1까지는 모레인지대로 오르내림을 반복할 정도 험난한 길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이곳 강진곰파는 북쪽 랑탕2봉(6천596m)에서부터 동쪽으로 이어져 내려온 설산이 거봉 랑탕리룽(7천227m)으로 솟아있다. 그리고 강진곰파 오른쪽(남쪽)에는 우르킹 강가리(5천863m)와 샤부 리(5천202m) 등 설산들이 산맥을 이루는 캉자라히말(KangjaraHimal)로 이어져 있으며, 멀리 랑탕계곡 상류에 자리 잡은 강첸포(Ganchenpo, 6천387m)가 삼각봉으로 포진하고 있다. 



그러므로 강진곰파는 이곳 주변 산을 오르고자 하는 산악인들의 거점마을이다. 강진곰파 동쪽으로 랑탕계곡을 따라가면 랑시사 카르카, 강첸포, 랑시사리(6천427m)로 들어가고 그것이 티벳과 국경을 이루는 랑탕히말(LangtangHimal)에 닿는다.

















↑↑ 랑탕계곡 천상화원 가득한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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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문 곳은 게스트하우스 얄라피크(Hotel YaLa Peak)다. 1971년 문을 연 강진곰파에서 가장 오래 된 곳으로 현재 건물은 최근에 다시 지은 것이다. 안내 받은 2층 방은 비교적 깨끗하고 공간도 넓었다. 그러나 물 사정이 좋지 않은지 샤워장은 있으나 물은 나오지 않았다.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롯지에서 휴식을 취했다.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아내고 따뜻한 다운자켓으로 갈아입었다. 날씨는 여전히 안개 속인데 가만히 있으니 한기가 들고 몸에 허기가 돌아 식당 안 난로 가장자리 긴 탁자를 중심으로 앉아서 이런저런 환담을 나눴다. 


랑탕트레킹 4일째 오늘은 강진곰파 주변을 트레킹하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강진곰파에서 이틀 밤을 보내게 된 것이다. 우선 오전에는 강진리를 잠깐 올랐다 되돌아오는 일정이고, 점심 식사를 하고 난 오후에는 랑탕리룽 빙하가 있는 빙하트레킹을 왕래하는 코스로 정했다. 



강진곰파에서 랑탕리룽의 웅장한 장관을 보기 위해 오전 트레킹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킹 스팟은 강진리(GyanjinRi) 뷰 포인트며, 좀 더 힘든 코스로는 체르고리(TsergoRi, 4천984m)까지 올라갈 수 있다. 또 하나 멋진 곳은 주변 설산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랑시사 카르카(Langshisa Kha rka)까지 계곡을 타고 빙하를 걷는 것이다.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간식과 보온통에 따뜻한 물을 챙겨 나섰다. 오늘은 강진곰파에서 랑탕콜라 계곡을 따라 랑시사카르카(Langshisa Kharka)까지 갔다 오는 일정이다. 카르카(Kharka)는 야크나 말들을 방목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오늘은 숙소를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서 네팔 친구(포터)들은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이드 리마(Lima)는 대열 앞에 서고, 쿡 마일러(Mailer)가 후미에서 우리와 동행했다. 


주위 산 중턱과 하늘은 모두 구름으로 덮여 있지만 강안의 시계(視界)는 아주 선연했다. 구름은 비구름이 아닌 하얀 뭉게구름이어서 계곡 주위 풍경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대기(大氣)가 매우 건조해 고소증이 살짝 찾아 왔지만 청명한 기운 탓에 한결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랑탕콜라 왼쪽(북쪽)은 강진곰파 바로 옆에 있는 강진리(Kangjin Ri, 4천773m)가 있고, 이어서 체르고리(Cherko Ri, 4천,984m) 산봉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뒤쪽에 설산 얄라피크(Yala Peak, 5천500m)와 체르코피크(Cherko Peak, 5천749m)가 포진하고 있다. 


강진곰파에서 우리가 유숙(留宿)하고 있는 롯지 이름이 얄라피크다. 그리고 랑탕밸리 강안 오른쪽(남쪽)은 우르킹강가리(UrkingGanggari, 5천863m)와 샤부리(DshabuRi, 5천702m) 등 산봉과 그 뒤쪽 판겐돕쿠(Pangen Dopku, 5천930m) 설봉을 위시한 강자라히말(GangjaLa Himal) 연봉이 버티고 있다.

>>랑탕 히말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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