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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우렁각시..
오피니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우렁각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5/16 09:39 수정 2017.05.16 09:39













 
↑↑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 양산시민신문 
‘딩동 딩동’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우렁각시가 나를 부르는 소리다. 가벼운 걸음으로 그녀에게 간다. 그녀는 많은 것을 허락했다. 대신 일을 해주니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혹은 일 안 하고 차를 마시거나 그냥 놀아도 된다. 그녀만 일하고 나는 놀기만 해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의 명령을 무조건 실행하는 순종파이며 성격도 온순하다. 그녀 외모는 깔끔하고 단아한 직육면체다. 그녀와 소통하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버튼 하나만 눌러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다. 일이 끝나면 밝은 목소리로 알린 후 조용하게 대기하고 있다. 힘들게 일했다고 생색을 내거나 자신을 알아달라고 보채지도 않는다. 


오래 전에 우렁각시가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녀가 하는 일은 강도 높은 육체노동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녀 없이 살아본 나는 안다. 그 일을 해내려면 힘이 많이 든다는 것을…. 



예전에 엄마를 도와 해 본 적이 있다. 옷 하나하나에 비누칠 하고, 치대고 여러 번 헹궈 말간 물이 나와야 마무리되는 작업이었다. 쪼그리고 하는 일이라 허리와 다리가 끊어지는 듯이 아팠다. 그리고 팔을 많이 사용해 하는 일이라 팔과 어깨도 허리와 다리 못지않게 아팠다. 



특히 겨울에는 힘든 것이 배가 됐다. 차가운 물에 빨래를 해야 했기에 바람 넣은 빨간 고무장갑처럼 손이 부어오르기도 했다. 가끔 엄마를 돕는 수준이었지만 육체 고통은 그 후 내내 잊히지 않았다. 당시 엄마는 여덟 식구 빨래를 우렁각시 없이 나날이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삼스레 엄마 고생에 맘이 짠해진다.


예전에 엄마가 했던 모든 일들을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내가 해야만 했다. 그때 나는 우렁각시를 데리고 들어왔다. 가사노동이 내 일이 된 그 시절부터 첫눈에 반했다. 그때도 지금도 누가 그녀를 발명했는지, 어떻게 발전을 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가사노동 가운데 가장 힘들고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을 대신 맡아서 해주는 그녀가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다. 세상 어디에도 내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은 없다. 유일하게 우렁각시 만이 내 일을 대신해 준다.


사람들은 우렁각시를 세탁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세탁기가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다. 어떤 학자가 TV에 나와 남녀평등을 위해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준 물품들을 소개했다. 


“여성들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킨 가장 획기적인 것은 세탁기다” 


객관적인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개인적인 생각은 나도 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과거 세탁기 없이 가사노동을 했던 엄마 삶과 내가 세탁기를 가지고 가사노동을 하는 삶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물론 세탁기 하나로 여성 삶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잠시 엄마를 돕는 수준 정도였을지라도 직접 빨래했던 경험이 있기에 세탁기 가치를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성 삶에 최고 여유를 부여한 세탁기, 우렁각시는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존재다. 가끔은 우렁각시에게 맛있는 것도 주고 싶고 좋은 것도 주고 싶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거부한다. 단 하나 전류만 흐르게 해주면 된다. 습기를 싫어해서 일이 끝나면 뚜껑을 열어 건조시켜 줘야 좋아한다. 그것으로 만족하는 태생적으로 소박한 성격이다. 



그녀가 일하면서 내는 소리는 댄스 음악보다 더 신나게 들린다. 그 소리는 웅장하고 활기차서 기운이 샘솟는 기분을 느낀다. 가끔 우렁각시가 일하고 있는데 깜빡 잠이 들 때가 있다.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편안한 자장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우렁각시가 일을 끝낸 후 빨랫감을 끄집어 내놓으면 눈으로 보이는 깨끗함과 촉감으로 느껴지는 촉촉함에 그녀가 더욱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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