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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 ||
ⓒ 양산시민신문 |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우렁각시가 나를 부르는 소리다. 가벼운 걸음으로 그녀에게 간다. 그녀는 많은 것을 허락했다. 대신 일을 해주니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혹은 일 안 하고 차를 마시거나 그냥 놀아도 된다. 그녀만 일하고 나는 놀기만 해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오래 전에 우렁각시가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녀가 하는 일은 강도 높은 육체노동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녀 없이 살아본 나는 안다. 그 일을 해내려면 힘이 많이 든다는 것을….
예전에 엄마가 했던 모든 일들을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내가 해야만 했다. 그때 나는 우렁각시를 데리고 들어왔다. 가사노동이 내 일이 된 그 시절부터 첫눈에 반했다. 그때도 지금도 누가 그녀를 발명했는지, 어떻게 발전을 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우렁각시를 세탁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세탁기가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다. 어떤 학자가 TV에 나와 남녀평등을 위해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준 물품들을 소개했다.
“여성들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킨 가장 획기적인 것은 세탁기다”
객관적인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개인적인 생각은 나도 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과거 세탁기 없이 가사노동을 했던 엄마 삶과 내가 세탁기를 가지고 가사노동을 하는 삶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물론 세탁기 하나로 여성 삶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잠시 엄마를 돕는 수준 정도였을지라도 직접 빨래했던 경험이 있기에 세탁기 가치를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성 삶에 최고 여유를 부여한 세탁기, 우렁각시는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존재다. 가끔은 우렁각시에게 맛있는 것도 주고 싶고 좋은 것도 주고 싶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거부한다. 단 하나 전류만 흐르게 해주면 된다. 습기를 싫어해서 일이 끝나면 뚜껑을 열어 건조시켜 줘야 좋아한다. 그것으로 만족하는 태생적으로 소박한 성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