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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남쪽이라서 ‘가남’… 짜맞추기식 교명 “이제 그만”..
교육

남쪽이라서 ‘가남’… 짜맞추기식 교명 “이제 그만”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5/23 10:30 수정 2017.05.23 10:30
[이슈&분석] 물금2초ㆍ가촌중 학교명 공모
주먹구구식 교명 선정 바꿔야
지역 대표성 강조해 지명 고집
혼란 가중시킨 학교명 많아

교명심의위에 양산주민 없어 충분한 지역정서 반영 어려워
교육청 “주민 선호도 조사 예정” 더 나아가 양산교명심의위 둬야



양산교육지원청이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물금2초등학교(가칭)와 가촌중학교(가칭) 교명을 공모한다. 지역주민과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학교 교명을 짓기 위한 것으로 교직원, 학부모, 주민이라면 누구나 교명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오는 31일까지 우편, 팩스, 이메일 등을 통해 양산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교육협력담당으로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해마다 개교 예정시기에 맞춰 개별 학교마다 교명을 공모하고, 그에 따라 경남도교육청이 구성한 교명선정위원회가 교명을 최종 결정하다보니 인근 학교와 연계성 없는데다 지역정서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지나치게 지역 대표성을 강조해 지역명칭을 딴 교명을 고집하거나, 이미 있는 단어를 짜맞춰 복합어를 만드는 안이한 발상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올해 3월 개교한 가남초등학교. 아름다운(佳) 남쪽(南)이라는 한자 뜻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의미는 가촌리 남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가남이라 교명이 지어졌다. 이는 지역명칭을 반영한 교명 짓기 한계를 보이는 사례로,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교명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학교 이름을 지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지명이다. 현재 양산지역 상당수 학교 교명을 살펴보면 학교가 위치한 지역명칭이나 옛 지명을 따서 지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양산지역 읍ㆍ면ㆍ동별 2~3곳 이상 초ㆍ중ㆍ고교가 있고, 이들 학교이름에 지역명칭이 이미 반영돼 있다. 게다가 학교가 대거 몰려있는 신도시지역은 더는 지명을 고려해 교명을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앞서 개교한 양산지역 학교 교명 가운데 지명을 지나치게 고집한 나머지 혼란을 낳고 있는 사례가 많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해 인근 학교와 연계성도 부족하다.


범어고등학교와 같이 물금 범어리에 위치해 있는 물금고등학교 경우, 지명을 딴 교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물금신도시 내 물금읍 물금리에 고등학교가 신설된다면 교명에서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개교한 황산초등학교 경우, 바로 옆에 범어중학교가 있지만 연계성이 전혀 없는 ‘황산’이라는 교명을 선정했다. 이는 2007년 범어중이 개교할 당시 초ㆍ중학교 연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명을 짓는 것이 어떠냐는 주장이 나왔지만 지명만을 고집해 현재 ‘범어중학교’라는 교명이 된 것이다. 기존 ‘범어’라는 교명을 가진 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에 황산초는 결국 범어중과는 상관없는 교명으로 지어야만 했다.


또한 2006년 개교한 신주중학교는 당초 옛 지명을 따 신주(神主)로 짓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학교명에 ‘귀신 신(神)’이 들어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새로울 신(新)’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신주(新主)도 논란을 빚기는 마찬가지. 한자 음만 같다고 바꿔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지 않은 자연스럽지 못한 교명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있는 단어를 짜맞춰 복합어를 만든 안이한 교명도 있다. 신양(新陽)초등학교는 신도시 양산을 줄인 교명으로, 양산신도시에 이미 개교했고 앞으로 개교할 학교가 많은데 ‘신양’이라는 교명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처럼 교명 선정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교명선정위원회다. 교명선정위원회는 경남도교육청이 2년 임기로 구성하는 위원회로 경남 18곳 시ㆍ군 전체를 관할하고 있다. 때문에 도교육청 국ㆍ과장을 당연직으로 도의원, 한국사학자, 국문과교수, 지역교육장 등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명선정위원회는 공모 교명을 최종적으로 심의ㆍ선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지역정서를 제대로 알고 있는 위원은 지역교육장뿐으로 교명 선정에 양산지역 주민 의견이나 정서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양산교육지원청은 “올해는 공모된 교명에 대해 지역주민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교명심의위원회 심의가 이어질 것이기에 지역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주민 선호도 조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산지역 한 학교장은 “신설학교 교명을 지을 때 개별 학교마다 공모하고 일시적인 교명심의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양산지역 전체 신설학교 이름을 지을 ‘양산교명선정위원회’가 필요하다”며 “또 단순히 지명을 따서 짓는 방법을 벗어나 양산지역 역사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명칭이나 아름다운 순수 한글로 짓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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