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양산지역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특정 업체를 비난하는 글이 게시됐다. 한 카페에서 불친절한 응대를 받았다는 불만으로 카페 위치와 주메뉴가 거론돼 이 글을 본 상당수 회원들이 어느 카페인지 알겠다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이 게시글은 금세 댓글 50여개, 조회수 3천여회 인기글이 됐다.
하지만 3시간여 후 해당 카페 대표라고 밝힌 회원이 반박글을 올리면서, 불만 게시글에 대한 진실공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가게 대표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게시글을 올린 회원을 고소했다고 밝혀 논란이 커졌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 이 같은 불만 게시글이 한두 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음식점은 물론 병원, 학원, 어린이집 등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을 무분별하게 게시해 논란이 불거지는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순수한 의도로 게시했다고는 하지만, 때때로 근거없는 비방이나 인신공격성 내용으로 해당 업체는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앞선 사례에서 카페 대표는 댓글을 통해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와 카페 고객들 증언이 있다”며 “만약 증거도 증인도 없었다면 이렇게 (반박)글을 쓰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리는 일이 생겼을 것”이라고 피해자가 될 뻔한 상황을 호소했다.
현재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양산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는 수천개. 크게는 양산 전역, 작게는 아파트 단지 모임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회원 수 5천명이 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10여개에 달하며, 1만명이 넘는 중대형만 해도 8개에 이른다.
중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대부분이 양산소식을 공유하는 지역카페나 엄마들이 육아정보를 공유하는 맘카페다. 회원들이 처음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는 이유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역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때문에 맛집부터 시작해 어린이집, 병원, 자동차, 부동산, 미용실, 지역 관광명소, 지역 관공서 등 정보가 카테고리별로 정리돼 있다.
비교적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30~40대 회원들로 구성돼 지갑을 들고 움직이다 보니 이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들 온라인 커뮤니티가 정보 공유와 소통이라는 순기능을 주로 이루지만, 일부는 무분별한 게시글 양산으로 블랙컨슈머로 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게시글 관리 규정을 엄격히 두고 있다. 광고ㆍ홍보ㆍ판매목적글은 게시할 수 없고, 지역업체 상호나 위치를 언급한 비방ㆍ분쟁글은 통보없이 삭제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정보가 게시글에 노출돼 있지 않더라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댓글이나 쪽지 등을 통해 대부분 알려지고 있다. 정확한 상호를 밝히지 않더라도 몇몇 단어만으로도 양산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충분히 유추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운영규정이 표준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운영진들 운영관리 능력으로 분쟁 발생율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하지만 운영자와 스텝이 모든 게시글을 모니터링 하더라도 댓글이나 쪽지, 채팅을 통한 광고나 비방정보까지 모두 막을 수는 없어 사실상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운영진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특정 게시글이 심각한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개인이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에 게시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며 “네이버의 경우 이를 ‘게시중단 요청서비스’라고 하는데, 당사자 간 분쟁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