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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칼럼] 쓰레기 제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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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칼럼] 쓰레기 제로 마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5/23 09:21 수정 2017.05.23 09:21













 
↑↑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양산시민신문 
쓰레기 처리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주 양산시보에 재활용품 수집ㆍ선별시설을 늘리기 위한 생활자원회수센터가 내달 착공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생활자원회수센터는 양산시에서 발생하는 병이나 플라스틱, 캔류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수집ㆍ선별하는 시설이다. 


현재 양산시가 운영하고 있는 재활용선별장은 1일 처리용량인 16톤을 초과한 데다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증설이 시급한 상황이라 새로 1일 24톤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한다고 한다. 늘어나는 인구에 따른 시세(市勢) 확장이라고 보면 나쁜 소식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선언하고 실행하는 마을이 있다. 우리말로 ‘쓰레기 제로’라고 할까? 즉 쓰레기를 100% 재활용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관계하는 모임에서 지난주 방문했던 일본 도쿠시마현(德島縣) 가미카쓰초(上勝町)라는 조그만 산간마을 이야기다. 나라는 미운 짓만 하지만 이런 마을이나 개인을 보면 미워할 수가 없다.


이번 방문은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과소화 문제 극복 사례 견학인데 내게는 이 마을 쓰레기 제로 운동이 원래 주제보다 더 흥미를 끌었다. 50여곳에 800여세대가 흩어져 살고 있는 산간마을로 전체 면적 85.4%가 산지고 경작지는 1.9%에 불과하다. 인구 또한 전체 1천545명 가운데 54.4%가 65세 이상 고령자다.(2015년 기준) 이 마을이 ‘이로도리’라는 잎사귀 자원을 발굴해 고령화를 극복하고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례는 이미 국내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가 있어서 여기서는 쓰레기 제로 운동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마을도 처음에는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해왔지만 환경과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3년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쓰레기 제로를 선언하고 2020년까지 쓰레기를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마을 주민들은 재활용 쓰레기를 무려 45가지로 분류해 배출한다. 예를 들면 페트병이나 유리병, 플라스틱 등은 뚜껑과 상표를 분리해 색깔별로 하고, 종이도 신문, 잡지, 판지, 코팅지, 우유팩 등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음식물쓰레기는 가정용 발효기로 발효시켜 거름으로 쓴다. 우리 돈으로 50만원 정도하는 발효기는 시에서 80%를 지원해준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직접 분류해 ‘쓰레기 스테이션’으로 가져오는데 현재 재활용률은 80%, 2020년까지 100% 재활용이 목표다. 소각이나 매립은 제로로 하겠다는 것이다. 쓰레기와 관련해 이 마을에는 쓰레기소각장도, 쓰레기수거 차량도, 음식물쓰레기도 없다. 쓰레기 스테이션에 45개 분리수거통이 있을 뿐이다.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NPO법인 ‘제로 웨이스트 아카데미’ 사카노 아키라(坂野晶) 이사장은 지속적인 교육과 유대를 강화하면서 점점 분류 가짓수를 늘려 현재는 45가지로 분류하는데 이제는 당연시됐고, 이전 소각 방식에 비해 비용의 1/3을 절감했다. 또 우리와 같은 견학자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마을 수입 증대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우리 시에 생활자원회수센터를 설치하는데 독지가가 기부한 부지를 빼고도 사업비 55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렇게 지어도 언젠가는 또 용량을 초과할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시설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개인 의식이 먼저 깨어야 되지 않을까? 


위 마을은 우리와는 규모나 입지, 산업구조 등 모든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위 마을 예처럼 쓰레기 문제는 발생량 줄이기(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3R’이 개인에게 일상화돼야 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시설 문제가 아니라 습관 문제인 것이다. 사카노 이사장 말처럼 습관이 되면 당연한 것이 돼 버린다.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렇게 분류하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으로 다른 생산 활동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고 따지면 사실은 대답이 궁하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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