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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형철 전 양산하북초 교장 (사)미래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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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평생을 몸담았던 사람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교육을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다.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 어린 영혼들 삶의 질은 더 나빠지고 오직 경쟁만 존재한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들려오지만 상황 변화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교육 문제는 청소년 삶의 질뿐 아니라 학부모 삶의 질마저 어렵게 하고 있는 우리 사회 고질적 문제다. 대선 때만 되면 교육 문제는 학부모 관심 중심에 있고 후보들 사이에는 중요한 쟁점이 돼왔다. 특히 부처 폐지, 학제 개편, 고교ㆍ대학 입시제도, 사교육 통제, 공교육 활성화, 사회적 양극화 해소 등은 교육개혁이란 이름으로 단골 메뉴처럼 되풀이된다.
문제는 교육 담론에서 교육 중심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 미래준비학교는 교실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떤 성품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시대가 요청하는 교육에 대한 비전, 지식과 기술은 무엇이며 어떤 성품을 기를 것인가를 먼저 성찰하고, 다음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구성하는 것이 순서다.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한 우리 교육은 입시제도나 교육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 학부모 열성과 대한민국 교사의 제자 사랑이었다. 미래 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한 말이 귓전에서 맴돈다. 지식경제에서 창조경제로 이어지는 세계적 변화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해 가속화되고 지식 생태계 변화는 지식 습득보다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 교육이 과거에 갇혀 있다면 교육 미래는 희망이 없다.
대학교육을 충실히 시행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인재 선발 최종 관문으로 대입 역할이 불가피했지만 오늘날까지도 모든 교육 정책이나 방향이 대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국가차원 교육 철학 부재와 교육시스템 실종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고교까지는 인성교육과 다양한 교과목들을 학습하고 적성과 능력에 맞춰 ‘전공과 대학’을 결정하면 대학에서 전공과 직업교육을 진행한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고교까지 모든 교육 내용은 오직 대입을 목표로 하고 청소년 흥미, 적성, 가치관은 고려하지도 않고 점수에 따라 ‘대학과 전공’을 결정한다.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는 더 이상 공부해야 할 목적과 이유를 상실한 채 방향을 잃고 방황하면서 세월만 보내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손실이다.
2018학년도부터 대입에서 영어가 절대 평가로 비중이 낮아지면 영어 과목은 더 이상 주목을 덜 받게 되고 논술시험 유무에 따라 논술교육 유무가 결정될 뿐 그 교과목이 추구하는 학습 내용과 형식이 향후 사회생활에 얼마나 중요하고 개인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는 더 이상 고민 대상이 아니다.
모두들 지식보다는 인성이라고 힘줘 말한다. 하지만 예체능 교육은 청소년 시기 성장과 정신 건강에 가장 중요한 과목임에도 대입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항상 소홀히 다룬다.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명분으로 대학에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변별력을 높이는 데에만 몰두하고, 왜곡된 평가 방법과 기준에 맞춰 교육은 또 다시 혼동과 혼란 속에서 왜곡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교육 현실은 승부에만 집착하는 감독이 어린 선수들에게 탄탄한 기본기와 튼튼한 기초 체력은 외면한 채 잔기술만 가르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순간 승리를 챙길 수 있겠지만 어린 선수들은 몸이 망가져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하거나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피워보기도 전에 꺾이게 마련이다.
공부 역시 기초와 기본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고교까지 배워온 많은 내용들이 막상 대학과 인생에서 그렇게 유용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결국 대학에 들어와 큰 도움이 안 되는 내용들을 배우기 위해 청소년기 시간들을 갈등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더 놀랍고 안타까운 것은 학생들도 그런 사실에 너무나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도 배움의 기쁨과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곳, 선생님 권위가 바르게 세워지는 곳, 미래를 꿈꾸는 즐거운 곳, 대입 결과보다는 교육 그 자체로 평가 받는 곳, 사교육이 필요 없는 사회, 자신 꿈과 미래를 위해 대학에 가고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회, 창의와 도전 정신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 꿈과 끼를 찾아주는 미래를 준비하는 곳, 열정과 도전이 살아 숨쉬는 교육 현장이 절실하다.
교육체계 수정이나 보완은 장기적 비전을 갖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단기간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으로 국가 교육 근본을 다시 놓은 마음으로 추진해야 한다. 새 정부가 시작하는 시점에 사람이 교육 중심에 있는 교육개혁이 시작하기를 희망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 선물은 우리 것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것을 발견하도록 가르쳐주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