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아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2001년 ‘한국문인’으로 작품 활동 시작시집 ‘푸른 파도에게’, ‘겹 무늬 조각보’, ‘슬픈 늑대’ 등 비롯해 에세이집, 연구서 등 다수 출간.
ⓒ 양산시민신문
기장군 연화리, 빛바랜 바다 무늬들이 엉겨 붙은 어물전 귀퉁이, 아픈 왼다리 지탱하느라 오른다리 절, 뚝 굽혀 앉은 한 늙은 여자 물간 생선을 손질하다 대뜸, 야이 웬수야 그냥 콱 뒈저 불지 따라오기는 와 따라오노, 저쪽 마을을 뒤로 하고 차들 질주하는 도로 건너 기우뚱 리어카를 끌고 온 노인, 움푹한 두 눈 툭 튀어나온 광대뼈 이마의 땀을 훔치며 늙은 여자 곁에 쪼그려 앉습니다. 웬수 같은 양반 젊을 땐 애먼 년 눈 맞춰 날 버리고 밤도망질…, 늙은 여자 가랑가랑 가쁜 숨 몰아쉽니다. 저 웬수 뒤치다꺼리하다 내가 죽겠다, 바닥에 생선을 패대기치다가 다시 주워담습니다. 발길 뜸한 어물전 푸념처럼 비릿한 한숨이 흘러나오고, 노인은 그녀의 곁에 가만가만합니다. 파도소리 높은 시월의 고요, 이윽고 여자가 생선을 주섬주섬 거둬 리어카에 탑니다. 노인도 넙치 같은 손 오므려 힘껏 리어카를 끕니다. 장딴지 힘줄 파르르 떨며 끙차, 리어카를 들어 올리는 노인, 그의 어깨를 밀물이 가만가만 밀어줍니다. 파도가 리어카의 두 바퀴를 슬쩍슬쩍 받쳐주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