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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특별기고] 댐 건설… 양산시에겐 희망지, 주민에겐 절망..
오피니언

[특별기고] 댐 건설… 양산시에겐 희망지, 주민에겐 절망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5/30 11:09 수정 2017.05.30 11:09













 
↑↑ 허문화
김해양산환경연합 공동의장
ⓒ 양산시민신문 
“철탑이 들어와도 공동묘지가 들어와도 우리는 참았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나가라 하니,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 그랬다. 노구를 이끌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어른들에게 댐이 들어오니 나가라는 것은 사형선고처럼 참담한 주문이었다. 

지난 3월에 국토교통부가 뜬금없이 댐 희망지 공모를 한다하니 양산시는 미리 지목한 4곳 가운데 가장 저항이 적고 노인 인구가 많은 상북면 오룡골을 지목했다. 상북면 오룡골 댐 희망지 설명회는 주최측인 양산시가 오직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결정한, 이미 작정을 하고 온 듯한 설명회였다.



지역 주민이 댐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중간에 상북면장이 나서서 큰 소리로 ‘그만하라!’는 발언까지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중립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상북면 수장 입에서 그만하라고 했으니 결국 어떠한 반대가 있어도, 댐을 희망하지 않아도 댐 희망지를 기어이 신청할거라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경남 식수댐 정책이라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힘으로 몰아붙이는 양산시. 오룡댐 주민들은 물론이고 양산지역 학교공동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발 빠르게 합류해 댐 반대 온라인 서명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으로 반대 서명활동을 했다. 특히 수몰 예상지구 주민들 노력은 눈물겨웠다. 평균 연령 65세 이상 어른들은 양산시가 국토부로 댐 희망지 신청 서류를 넘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2차 서명지를 접수하고 집집마다 오룡댐 반대 현수막을 걸며 눈물로 하소연했다. 


“아들이 집을 나가서 15년째 안 돌아오는데, 내가 여기 없으면 아들이 못 찾아온다”라고 울먹인 한 주민 방송은 양산시민에게 며칠 안에 수백명 댐 반대 온라인 서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수많은 반대 게시글과 수백장 서명지, 기자회견 등 주민들이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양산시는 ‘긍정적 검토, 일부 반대’라는 서류를 만들어 국토부로 접수했고 수몰 예정 지구 주민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주민 설명회 단계에서도 이런 일을 예감했지만, 특히 서류접수 과정에서 보인 양산시 공무원 태도는 너무나 야만적이었다. 지역 주민이 올린 민원글을 임의로 판단해 허위에 가까운 지역주민 의견서를 만들어 제출했으며, 민원인 전화에도 조롱하거나 기만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노력은 계속 이어졌다. 최근에 대통령이 선친 묘가 있는 천주교 공원묘지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묘지로 들어가는 길가에서 댐 반대 현수막을 들고 몇 시간 동안 대통령을 기다리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주민들의 건강한 저항과 노력 덕분인지 다행히 며칠 전 국토부가 오룡댐 계획을 취소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작 관리해야 할 물은 관리하지 않으면서 갑자기 ‘댐 희망지’를 신청하라고 한 국토부, 주민들이 민원글을 계속 올렸는데도 양산시를 받아쓰기한 경남도청, 아무런 사전조사나 지역 주민 정서도 고려하지 않은 채 댐 희망지를 억지로 신청한 양산시는 지금이라도 오룡마을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오룡골을 눈물로 채울 뻔 한 이번 댐 사태를 보며 양산시의 졸속적, 비타협적 행정편의주의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댐 희망지처럼 누군가 행복이 누군가 불행이 되는 무분별한 개발은 이제 멈춰야 한다. 지역민 눈물을 외면하고 진행되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에 대해 누군가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더라도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지역민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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