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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
ⓒ 양산시민신문 |
어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게임은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시작”을 외쳤을 때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각자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을 잡고 가서 음식을 함께 먹었다.
그리고 토론을 위해 “우리가 똑같은 실험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중 축구를 좋아하는 중학생 A는 “당연히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모두가 죽기 살기로 뛰어가지 않을까요?”라고 답하며 지극히 정상적인 규칙 즉 1등이 음식을 먹기로 했으니 뛰어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삼인삼색, 이렇게 각각 다른 대답이 무의식으로 경쟁을 세뇌당한 우리 아이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순간 소름이 돋았다. 무자비한 승자독식 룰을 당연하게 체화시킨 후 이것에 대한 반문을 할 여지를 주지 않았던 현실, 1등이 아닌 아이들에게 그 시작점부터 기권을 선언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가르쳤던 어른들의 비겁함, “나만 아니면 된다”, “비겁하게 이겨도 끝만 좋으면 된다”고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속삭인 수많은 미디어의 달콤한 유혹들이 만들어낸 기막힌 합작품 같다. 입으로만 하는 민주시민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구호로만 있는 민주시민 육성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시 또 좌절한다.
나는 YMCA에서 어린이ㆍ청소년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있다.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이 아닌 교복을 입은 시민을 만난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학교라는 담장을 넘어 ‘사각지대 청소년을 위한 길거리 복지학교’를 만들어 거리에서 청소년시민1)을 만날 계획이다. 그렇지만 민주시민이 단순히 어린이ㆍ청소년 변화를 목적으로 한 주입식 교육으로 가능한 일이 아님을 매번 절감한다.
세월호 3주기 안산에서 청소년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청소년 만민공동회를 이끌던 김제동 씨는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마흔 넘은 어른은 솔직히 여러분과 눈 마주치며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과해야 할 어른들이 사과를 안 했기에 여러분이나 살아남은 저희들은 죄책감의 칼날을 겨눠야 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뭘 하겠다 감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장애물을 치워놓고 여러분께 방해가 되지 않게만 하겠습니다”라고 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도저히 우분투의 삶일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라고 말로만 내몰았던 어른들은 솔직하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승자독식 장애물들은 우리 세대가 치워야 한다. 이것이 민주시민교육자 첫걸음이자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