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⑮] 끝없는 오르막길… 고통이 희..
기획/특집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⑮] 끝없는 오르막길… 고통이 희열로 바뀌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6/05 19:14
랑탕 히말 다섯번째 이야기

순간 여기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지상낙원인
샹그릴라요, 유토피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다














↑↑ 끝없이 펼쳐진 오르막길을 지날 때마다 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듯 히말라야는 트래커들에게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 양산시민신문















 
↑↑ 이상배
알피니스트
(사)영남등산문화센터 이사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
세계5대륙 최고봉 등정
ⓒ 양산시민신문 
랑탕빌리지(Langtang Villege, 3천430m)에서 긴 현수교를 건너면 또 다시 천국의 화원(花園)이 이어진다. 고소(高所)의 묵직한 기분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랑탕밸리를 따라 내려와 코다타벨라에 이르기까지 길목 들꽃들은 은은한 화원의 축제를 벌이며 지나는 길손 마음을 환하게 열어준다. 


나흘 전 올라올 때에는 산야가 온통 안개에 젖어 있었지만 오늘은 맑은 햇살이 쏟아지는 화창한 날이다. 눈길이 머무는 어디에서나 갖가지 형색(形色)으로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무위자연의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먼 데 깊은 계곡 물소리가 여운(餘韻)이 돼 올라오고 머리 위에는 파란 하늘이 하얀 구름을 드리우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순간 여기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지상낙원인 샹그릴라요, 유토피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다. 


이곳 특산품 야크쿠르트(YakCurt)를 주문했다. 혹 야쿠르트가 여기서 생겨난 단어가 아닌가 싶다. 야크쿠르트는 야크 젖을 발효(醱酵)시켜 만든 것으로 우유와 치즈 중간 단계로 히말라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건강식품이다. 오늘 식탁에 내온 야크쿠르트는 설탕을 가미 하지 않아 맛이 아주 부드럽고 담백했다. 신선한 맛, 산뜻한 미감이 입안에 감돈다. 가을 문턱으로 들어가는 계절, 히말라야 맑은 햇살은 성가시지 않았다. 


화사한 햇살이 내리는 코다타벨라(Ghodatabela, 3천8m) 롯지는 조용하고 바람결이 아주 상쾌했다. 따사롭고 맑은 햇살이 눈부시고, 신선한 바람결이 이마를 스친다. 이제 히말라야에도 가을이 느껴진다.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땀에 젖은 옷을 벗어 양지바른 돌담에 걸어 말리고, 야외 벤치에 앉아 망중한 해바라기를 즐겼다. 무거운 여정 속에서 맞는 청명한 햇살이 참 좋았다. 



우리 일행들은 식당에서 즉석 폭포면(철원 쌀국수)을 익혀 점심 식사를 했다. 코다타벨라 게스트 하우스 식당 안에서 4일 전에 만났던 독일인 부자(父子)를 또 만났다.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들 코스가 우리와 같기 때문이다. 그들도 오늘 밤 림체에서 자기로 했다고 하니 오늘 밤 또 만나게 될 것이다. 외딴집 롯지가 있는 굼나초크(Gumnachowk)는 밀림 속 공간이다. 주위가 온통 밀림으로 싸여 있다.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이어지는 오르막길, 한참을 걷다보니 대나무 숲이 나타났다. 


지나는 길목에 갑자기 부산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대숲 안쪽 밀림 속에 무엇인가 휘익 소리를 내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여러 마리 원숭이들이 눈에 띄었다. 히말라야 랑탕지역에서 자생하는 랑구르 원숭이(Langur Monkey)다. 나흘 전 아침 이곳을 지나갈 때에는 저들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었다.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니 숲속 안쪽에 부드러운 갈색 몸통에 까만 얼굴을 하고 있는 원숭이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경계를 하고 있는 듯 숲속 바닥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놈이 있는가 하면 높은 나뭇가지 위를 날아다니는 놈도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밀림 속이 어둡고 나무들이 빽빽해 여의치 않았다. 


오후 5시 림체(Rimche, 2천399m) 롯지에 도착했다. 해발 고도 1천400m 이상을 내려오는 고행의 하루였다. 식당에서 독일인 부자를 또 만났다. 트레킹 과정에서 일어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명함을 건네면서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그가 건네준 명함에는 현재 독일 국세청에 근무하는 아이트 스타펠휄트 박사(Dr. Ait Stapelfeld)라고 적혀 있었다. 아들과 같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기 위해 휴가를 냈다고 했다. 


인생에 있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때에 따라서 근본적으로 자아를 성찰하는 시간 또한 중요한 일이다. 독일인 스타펠휄트를 보면서 서구 지성인이 가지는 전형적인 교양과 매너가 느껴졌고, 그의 조용하면서도 사려 깊은 풍모가 인상 깊게 남았다. 그의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아버지 말을 경청하는 아들은 이제 약관 나이에 든 준수한 젊은이로 믿음직했다.


림체(Rimche, 2천399m)를 출발했다. 계곡 아래로 급격히 고도를 낮춰 떨어지다가 뱀부(Bamboo, 1천970m)와 파이로(Pairo)를 경유해 다시 급격히 고도(高度)를 높여 가면서 출루샤브루(2천210m)까지 올라가는 좀 빡시게 걸어야 하는 여정이다. 뱀부 롯지까지는 가파르게 내려가는 산길이다. 다행히 날씨가 청명해 오늘 목적지인 출루샤부루(Thulo Syabru, 2천210m)가 계곡 건너편 산록에 아련히 보이기도 했다. 뜨거운 태양의 화살이 얼굴을 찌른다. 아침 햇살을 받은 나뭇잎들이 순결한 엽록소 본색을 드러내며 빛난다. 밀림의 푸른 생명들이 눈부시다. 싱그러운 기운이 넘쳐 참 히말라야답다는 생각이 스친다. 

















↑↑ 히말라야 이정표에는 우리와 다르게 거리(距離) 표시가 없다. 목적지와 해발고도만을 표시하고 있다. 산을 오르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고소증이므로 고도가 중요한 정보인 셈이다.
ⓒ 양산시민신문

오후 1시쯤 뱀부(Bamboo, 1천970m)에 도착했다. 밀림 숲길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당도한 곳에는 롯지 3채가 있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는데, 한 롯지 간판에 “어서 오십시오”라고 쓴 한글 문장이 눈에 들어와 반가웠다.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에게 여행사에서 랑탕 트레킹을 강진곰파까지 갔다가 카트만두까지 헬기(비행시간 20분)로 하산하는 8박 9일 여행상품을 많이 내놓다보니 생긴 현상 같다.



‘히말라야 3브라더스’ 롯지에서 배낭을 놓고 휴식을 취했다. 마일러가 간식으로 감자를 삶아서 내놓았다. 히말라야 매운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괜찮았다. 그렇게 허기를 달래면서 계곡 가까운 곳 의자에 앉아 계곡 급류를 바라본다. 랑탕콜라 물줄기는 어디에서 발원해 어디로 가는가…. 


네팔과 티벳 경계에 있는 거대한 랑탕히말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물이 랑탕 계곡을 따라 내려와 샤브루베시에서 북쪽 티벳 국경에서 흘러오는 보테코시(Bhote Koshi)와 합류해 더욱 웅장한 물줄기를 이룬다. 보테(Bhote)는 ‘티벳’을 이르는 네팔어다. 결국 보테코시는 티벳 국경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물을 말한다. 이렇게 깊은 산곡을 내려온 물은 트리슐리 강(Trisuli Kosi) 원류가 된다. 



트리슐리 강은 무글링에서 안나푸르나 동쪽 산곡에서 흘러내리는 마르샹디강(Marshangdi Kosi)과 합류해 인도(印度)를 거쳐 인도양에 흘러들어가 바다와 한 몸이 된다. 멀고 먼 물길의 여정이다. 이곳 랑탕 계곡은 고도 낙차가 워낙 커 물은 늘 무서운 급류를 이루며 흐르고 있다. 뱀부 롯지에서 토종닭 2마리를 구입해 저녁 식사로 백숙을 끓이기로 했다. 마일러와 리마가 보약같은 저녁을 위해 도와줬다.


‘출루(Thulu)’는 ‘위’라는 뜻을 가진 네팔어다. 출루샤브루(2천210m)는 샤브로베시(1천503m) 윗마을이라는 뜻이다. 단순한 고도차가 아니라 상당히 멀리 올라온 지점이다. 히말라야 이정표에는 우리와 다르게 거리(距離) 표시가 없다. 목적지와 해발고도만을 표시하고 있다. 산을 오르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고소증이므로 고도가 중요한 정보인 셈이다.


파이로(Pairo) 롯지를 출발해 트레킹을 계속했다. 길은 계곡 아래까지 떨어지다 다시 오름길, 이정표가 있는 파이로도밧토(PairoDobato, 1천725m) 갈림길에서 급경사 산길을 차고 오르기 시작했다. 림체를 출발해 지금까지는 고도를 낮춰 계곡으로 내려왔는데, 이제부터는 계곡에서 다시 고도를 높이는 오름길이다. 길은 지그재그로 천천히 올라야 하는 마실길이었다. 팍팍하고 힘들었다.



울창한 밀림 속을 지그재그로 오르는 가파른 산길, 거기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한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엄습하고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매우 더웠다. 중간 중간 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골랐다. 가다가 쉬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하늘 가까운 동네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무거운 몸을 실어 올렸다. 연일 이어진 강행군으로 피로가 누적돼 있고, 또 고소(高所)에 시달린 몸이 더욱 무거웠다. 그런데 산길은 경사도 여간 급한 게 아니어서 고통이 이만저만 아녔다.

>>랑탕 히말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