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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특별기획 ②]고교 평준화 도입에 주춤했던 경남이 변하고..
교육

[특별기획 ②]고교 평준화 도입에 주춤했던 경남이 변하고 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6/05 19:51
1974년 부산ㆍ서울서 처음 도입
경남은 마산ㆍ창원ㆍ진주ㆍ김해

거제와 김해서부지역 평준화 논의
경남도 조례 통해 법적 근거 마련

양산 고교 10곳, 학생 1만명 넘어
“고교평준화 도입 조건 갖췄다”

행복학교 확대, 고입선발고사 폐지, 선행학습 금지, 중학교 자유학기제…. 최근 몇 년 동안 이슈로 회자되고 있는 교육정책이다. 오로지 공부, 공부만을 강조해 온 한국사회 교육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책들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 학교가 즐거워야 한다’는 교육방향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양산교육계에서 고교 평준화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학력우수 학생 진학정도가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비평준화 제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 중학생에게 입시 부담을 안기고, 고교를 서열화하고, 교사를 신입생 유치에 내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준비했다. 3회에 걸쳐 ‘양산 고교 평준화, 이제는 말할 때’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고교 평준화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이제는 공론화해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다. 두 번째 시간으로 고교 평준화를 언제 시작했으며, 경남지역 고교 평준화 도입 현황과 특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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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사회 교육은 입시의 연속이었다. 초등학생도 입시에 시달려야 했다. 1960년대 중학교 입시경쟁이 치열해지자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도가 도입됐다. 그 결과 초등학교 입시위주 교육은 사라졌지만, 고교 진학을 위한 중학생 입시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고교 평준화 정책이 거론된 게 그 시점이다. 중학교가 입시준비를 위해 비정상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또 고등학교는 학생, 교원, 시설 등에서 심한 격차를 드러내며 일명 1류고와 3류고 등으로 분류돼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교육문제 해소를 위해 1974년 부산과 서울에서 고교 평준화를 처음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대구, 인천, 광주로 확대하고, 1979, 1980년에는 중ㆍ소도시까지 확대해 1981년에는 도시지역 21곳에서 시행했다. 하지만 평준화 정책 실효성이 미약하다는 논쟁이 계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평준화 정책을 폐지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에 따라 또 다시 평준화 적용지역을 확대했고, 폐지지역을 다시 환원하면서 2017년 현재 전국 38곳에서 고교 평준화 제도를 도입ㆍ운영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고교 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창원, 마산, 진주, 김해 등 모두 4곳이다. 1979년 마산이 가장 먼저 도입했고, 이듬해 창원 또 그 이듬해 진주가, 그리고 2006년 김해가 뒤를 이었다.


한편, 고교 평준화는 내신과 자체 시험 등으로 학교가 학생을 선발하는 고교 선발제가 아닌 컴퓨터 추첨을 통해 공정하게 학교를 배정한다. 학생이 희망하는 학교에 선지원하고 성적과 상관없이 일명 ‘뺑뺑이’를 통해 후 추첨한다. 쉽게 말해 추첨을 통해 학생들을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일반계 고교에 나눠 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경남지역은 희망학교 선지원이 특정학교 쏠림 현상으로 나타나 평준화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사실상 평준화이면서 평준화가 아닌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2016년 경남도교육청이 평준화지역 고교 배정 방법을 과감하게 손질했다. 일부 사립학교 에서 크게 반발했지만 ‘욕 들어 먹을 각오’ 끝에 변화를 선택했다.


새로운 배정 방법은 ‘선 지원 후 추첨’ 기조를 유지하되, 남ㆍ여별로 9개 석차등급을 적용하는 등급제 방식이다. 기존 방식과 같은 점은 학생 희망을 반영한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9등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배정해 학력우수학생 쏠림 현상을 막는다는 것이다.


비단 고교 배정 방법 변경 때문만은 아니지만 올해 경남 평준화지역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김해지역이 대표적인데, 고교 평준화 시행 11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 미달 사태가 멈춘 것이다.
김해는 지리적 특성과 지역정서 등 이유로 서부지역(장유ㆍ진영)을 제외하고 동부지역 고교 12곳에서만 평준화를 시행했다. 이런 탓에 중학생 졸업생 상당수가 다른 지역고교로 빠져나가는 역외유출 현상이 심각했다. 하지만 최근 역외유출 학생이 다시 김해로 전학오는 사례가 늘고 있고, 올해 처음 신입생 미달도 종지부를 찍으면서 평준화가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김해 서부지역에도 고교 평준화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거제지역이 경남에서 5번째로 고교 평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거제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평준화 지정을 추진하다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거제지역 고교 평준화 추진위원회’가 출범해 평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일부 학부모 반대로 무산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거제는 지난해 교육연대와 학부모모임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고교 평준화 준비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도입 과정에 들어갔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 7월 경남도의회가 <고등학교 입학전형 설치지역 지정 및 해제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조례안은 지자체에서 평준화지역 지정 요구가 있을 경우 추진단을 구성해 토론회, 공청회, 여론조사와 도의회 의결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주민 60% 이상 동의가 있을 경우 추진하도록 했다.


이처럼 2006년 김해지역 이후 10여년 동안 고교 평준화 도입이 추춤했던 경남이 변하고 있다. 인구 27만명에 불과한 거제지역이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고, 김해 서부지역 역시 여론을 형성해 가고 있는 시점이다. 그동안 고교 평준화 지역 지정 요구 사례가 없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경남교육청이 거제와 김해지역 움직임을 보고 선제적으로 행정차원에서 관련 조례까지 만든 것이다.


양산지역도 고교 평준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양산은 특목고인 경남외고를 제외하고 고등학교 10곳이 있다. 학생 수도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과거 학교와 학생 수가 적어 추첨 배정 의미가 모호했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진 게 분명하다. 학부모 공감대가 있고, 지역 교육단체와 정치권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민의 성숙한 여론이 무엇인지 판단해 볼 시기가 찾아왔다. 흩어져 있는 목소리를 한 데 모아 고교 평준화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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