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바보가 되렵니다..
오피니언

[빛과 소금] 바보가 되렵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6/05 19:44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고3 때였다. 성경공부시간에 선생님께서 예수님 십자가에 대해 설명한 후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는 예수님을 어떤 분이라 생각하니?” 


여러 이야기가 오간 끝에 내가 대답할 차례가 됐고, 난 이렇게 대답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입니다” 


순간 선생님께서 적잖이 당황하시면서 “바보는 좀 너무했다” 그러신다. 하지만 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예수님은 정말 바보였다. 그렇게 대단한 능력과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자신 실속을 차리는 걸 보지 못했다. 항상 가난했으며, 겸손했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가진 것을 다줬다.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 목숨도 자신을 죽이려하고, 배신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줬다. 



자기가 죽어야 저 사람들을 살린다며 십자가 형벌을 마다하지 않고 그렇게 죽었다. 그런 예수님을 사람들은 추종해마지 않지만 당시 내가 보기엔 존경스럽긴 해도 그렇게 따라 살고 싶진 않았다. 예수님에게 아내와 자식이 없어서 다행이지 만일 있었다면 이 가족들이 겪어야 할 고생은 정말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제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 당시 내게 예수님은 기피 대상이었고, 난 저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30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지금 난 목사가 됐다. 절대 예수님처럼 제 실속 못 챙기는 그런 삶은 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의 제자가 돼 그 삶을 따르는 게 내 인생 목표가 됐다. 



지금 내게 다시 “예수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내 대답은 지금이나 그 때나 변함이 없다. 예수님은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고등학교 때는 그 바보가 기피 대상이었고, 지금은 추종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왜? 


살다보니 이런 걸 깨닫게 됐다. 자신에게 손해될 짓은 절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든 자신 잇속을 확실하게 챙기는 사람. 난 이런 사람이 참 실속 있고, 지혜롭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악착같이 자기 것을 잘 챙겨서 출세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긴 하지만 남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자신 삶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행복해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사람들 손가락질과 욕먹지 않기만 해도 다행일 것이다.


반면에 남에게 퍼주고 희생하고, 때로는 손해 보며 살아가는 사람. 곁에서 보면 참 딱하다. 왜 저리 사는가 싶기도 하지만 세상은 이런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분명 제 실속은 제대로 챙긴 것 하나 없는데, 그것에 비할 수 없는 대단한 성과가 나타난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이라 하며,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해 자신 생명도 아낌없이 바친 분들을 추모하며 늘 감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그 중에는 자신 이름 석 자 남겨놓지 않고 초개와 같이 자신을 헌신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이 있다. 그분들 숭고한 희생으로 이 나라가 살아있는 것이며, 우린 모두 그 덕을 입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분들 때문에 세상은 살만하다 말한다. 이 세상은 제 실속 잘 챙기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바보들에게 의해 지탱되고 있는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바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보한테는 도무지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없어서 바보는 아예 거짓이 없고요. 바보한테 뭐든 빼앗길 사람 또한 없어서 바보는 남의 것 탐내지도 않아요. 스스로 바보 된 사람은 누가 뭘 달라하면 있는데 아니 줄 수 없어서 주지요. 다 주고나면 바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그런데 저에게 바보 되라 하시면 바보 아닌 다음에야 바보 될 수 있나요? 주님…”


신기한 게 제 실속을 차리면 차릴수록 그 인생은 비루하고 비천해진다. 하지만 남을 위해 희생하고, 때로 손해도 보며 그렇게 바보처럼 살면 누구나 본받아야 할 훌륭한 인생이라 칭송한다. 나도 그런 바보가 되고 싶은 것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