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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
ⓒ 양산시민신문 |
“너희는 예수님을 어떤 분이라 생각하니?”
여러 이야기가 오간 끝에 내가 대답할 차례가 됐고, 난 이렇게 대답했다.
순간 선생님께서 적잖이 당황하시면서 “바보는 좀 너무했다” 그러신다. 하지만 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예수님은 정말 바보였다. 그렇게 대단한 능력과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자신 실속을 차리는 걸 보지 못했다. 항상 가난했으며, 겸손했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가진 것을 다줬다.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 목숨도 자신을 죽이려하고, 배신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줬다.
그리고 30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지금 난 목사가 됐다. 절대 예수님처럼 제 실속 못 챙기는 그런 삶은 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의 제자가 돼 그 삶을 따르는 게 내 인생 목표가 됐다.
살다보니 이런 걸 깨닫게 됐다. 자신에게 손해될 짓은 절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든 자신 잇속을 확실하게 챙기는 사람. 난 이런 사람이 참 실속 있고, 지혜롭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악착같이 자기 것을 잘 챙겨서 출세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긴 하지만 남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자신 삶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행복해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런 사람들 손가락질과 욕먹지 않기만 해도 다행일 것이다.
반면에 남에게 퍼주고 희생하고, 때로는 손해 보며 살아가는 사람. 곁에서 보면 참 딱하다. 왜 저리 사는가 싶기도 하지만 세상은 이런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분명 제 실속은 제대로 챙긴 것 하나 없는데, 그것에 비할 수 없는 대단한 성과가 나타난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바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기한 게 제 실속을 차리면 차릴수록 그 인생은 비루하고 비천해진다. 하지만 남을 위해 희생하고, 때로 손해도 보며 그렇게 바보처럼 살면 누구나 본받아야 할 훌륭한 인생이라 칭송한다. 나도 그런 바보가 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