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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학교에 작은 소녀상 건립한 당찬 청소년들..
교육

학교에 작은 소녀상 건립한 당찬 청소년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6/13 16:21 수정 2017.06.26 16:21
[이슈&사람] 효암고 과제연구동아리 SOS
‘소녀상 건립 프로젝트’ 제안
계획부터 기금마련, 건립까지

소녀상에 담긴 의미를 얼마나 아는가? 뜯겨진 머리카락, 소녀의 꽉 쥔 손, 할머니의 그림자, 어깨 위 작은 새, 가슴의 하얀 나비, 발꿈치가 들린 맨발….


13~15살 꽃다운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가 짧은 시간에 영혼을 모조리 빼앗겼다.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사람들 따가운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고향 땅에 정착하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갔다.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대로 된 사죄 한 번 받지 못했는데, 이제 합의했다며 그만 그 한(恨)을 풀라 한다. 소녀상은 결코 풀리지 않는 한과 가슴앓이, 노여움 그리고 한 줄기 희망을 기다리는 할머니들 간절함까지 모두 담고 있다.



“할머니들 힘겨운 삶 고스란히”
소녀상 의미 되새기는 역사공부에
위안부 합의 무효화 서명운동도




평화의 소녀상이 효암고등학교에 건립됐다. 학생 스스로 소녀상 건립 계획부터 기금 마련, 위치 선정, 최종 건립까지 모두 주도했다. 학교는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당찬 학생들은 바로 과제연구동아리 SOS 소속 정아현ㆍ김다현ㆍ김현경ㆍ손은채ㆍ이승준ㆍ김다예 학생이다.














ⓒ 양산시민신문


정아현 학생은 “우연히 뉴스를 통해 이화여고에서 전국 고교 100곳에 작은 소녀상 세우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소녀상 철거 논란과 위안부 합의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던 터라 막연히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소녀상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자율동아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다현 학생은 위안부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영화 ‘귀향’을 본 후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할머니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다현이는 “그래서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학생인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후원을 할 수도 소녀상 지킴이로 나설 수도 없는 처지라고 생각했는데, 소녀상을 설립하자는 아현이 제안이 놀랍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하면 척척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설립 배경과 이유, 설립 과정까지 담은 보고서는 물론 기금 마련 계획부터 투명한 집행에다 사후 관리 방안까지 제시해야 했다. 보고서를 수정하고 또 수정하기를 수차례. 드디어 학교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다음 관문은 기금 마련. 가로 세로 30cm 작은 소녀상이지만 실제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ㆍ김운성 작가 작품인데다가 단상과 아크릴 보호판까지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100여만원 예산이 필요했다. 동아리 회원 6명이 먼저 십시일반 기금을 냈다. 그리고 친구들 설득에 들어갔다.














ⓒ 양산시민신문


김현경 학생은 “2인 1조 팀을 이뤄 모든 반을 다 돌았다. 처음에는 걱정되기도 했지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아 즐겁게 홍보했다. 일주일이 지나니 93만원이라는 큰 기금이 모여졌다. 친구들 생각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돼 너무나 기뻤다”고 회상했다.


더욱이 익명의 기탁자도 나타났다. 2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에는 편지 한 통이 같이 들어가 있었다. 3학년이라고만 밝힌 기탁자는 편지를 통해 “평소 위안부 관련 기사에 댓글로 분개하거나 가슴에 소녀상 배지를 다는 정도밖에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는데, 고등학생이 이런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후배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전했다고.


이들은 기금 마련과 동시에 위안부 합의 무효화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했다.


손은채 학생은 “누구 마음대로 한을 풀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할머니들 의견을 묻지 않고 동의하지도 않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어떻게 끝일 수 있는가. 그래서 세계 1억명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로 했고, 640여명 친구들이 흔쾌히 서명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12일 건립식을 진행했다. 건립 위치는 학교 본관 입구다. 춥지도 덥지도 비를 맞고 눈물 흘리지도 않도록 실내로 장소를 정했다. 학생들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대목이다.


정아현 학생은 “지난해 할머니 아홉 분, 올해 네 분이 노여움을 풀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제 우리 곁에는 평균 90세, 마흔 분 할머니들만이 진정한 해결을 손 모아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들이 얼마나 우리 곁에 더 계실 수 있을까. 이것이 우리 고등학생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문제 해결 첫걸음은 많은 이들 관심과 기억에서부터 시작한다. 양산지역에 있는 더 많은 학교가 소녀상 건립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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