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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현 (재)한반도문화재연구원 원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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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을 국정과제로 언급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대통령 당선 전 거주지가 양산이다 보니 양산 경우는 더욱더 관심이 높다. 가야문화권에 소속된 각 지자체마다 가야사 복원 관련기획은 물론, 국가 예산확보에도 발 빠른 대처를 취하는 모양새다.
가야사 복원사업을 통해 가야 중심고도가 존재했던 김해시(금관가야), 고령군(대가야), 함안군(아라가야), 고성군(소가야) 등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관가야 고도인 김해시 경우 10년 전에 중단한 금관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을 더욱더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산 고대사 복원은 어떠한가? 신라와 가야 접경지역인 탓에 신라사 복원정책에도 가야사 복원정책에도 수십년간 별로 혜택을 받지 못한 실정이다. 이유는 아직까지 양산 고대사에 대한 명확한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양산은 5~6세기 대에 신라에 병합돼 ‘삽량’이라는 지명으로 알려져 왔고, 이후 신라 9주 5소경 가운데 하나인 양주의 치소(중심지)였다는 정도만 알려져 왔다. 그러나 5세기 이전 양산은 ‘신라인가? 가야인가?’라는 물음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 그만큼 앞으로 연구과제가 너무나 많이 남아있다.
가야와 관련한 고고학적인 동일 양상으로 북정ㆍ신기고분군과 같은 중심고분군이 가야지역 고분군과 같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는 점, 가야진사와 같은 가야관련 제사유적 존재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문헌기록에 양산 고대지명을 ‘삽량’이라는 용어와 함께 ‘삽라’라는 용어가 기록돼 있다.
이전 칼럼에서 필자는 ‘삽라’라는 용어가 5세기 이전 존재한 양산 국명으로 추정한 바 있다. 고대 양산지역이 변한지역 가야소국 가운데 하나였다면 양산 가야국명은 ‘삽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산 고대사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양산지역 일대에 분포하는 중심고분군에 대한 연차적인 학술발굴조사가 필수적이다.
양산에는 현재 사적지로 지정된 중요 고분군이 두 군데 존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 기념물로 지정한 고분군이 웅상지역에 한 곳 있으며, 비지정된 고분군은 수없이 많다. 그리고 사적지와 도 기념물로 지정한 고분군 산 정상부에는 고대산성도 함께 축조돼 있다.
양산을 대표하는 고분군으로는 사적 제93ㆍ94호인 양산 북정ㆍ신기동고분군이 있다. 바로 양산시립박물관이 위치한 동남쪽 정부와 능선에 양산 부부총(10호분)을 비롯한 수십기 고총고분이 즐비하게 조영돼 있다. 이 고분군 가운데 부부총 등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에 의해 무참히 파헤쳐 발굴된 적이 있다. 양산시에서는 1991년 처음으로 북정ㆍ신기동고분군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일제강점기에 조사한 양산 부부총의 명확한 구조를 밝히기 위한 재조사와 더불어 금으로 만든 새발자국 유물이 출토된 금조총에 대한 발굴조사였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북정ㆍ신기동고분군 학술조사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 다른 중심고분군인 중부동고분군(사적 제95호)은 최근 학술지표조사에서 도굴로 인해 29호분에 대한 긴급발굴조사가 이뤄졌지만 여타 고분은 산책로와 체육공원조성 등으로 파괴돼 관리와 정비가 시급할 정도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경주 여러 신라고분군은 물론, 가야지역 김해 대성동고분군, 부산 복천동고분군, 창녕 교동고분군, 함안 도항리고분군, 고령 지산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산청 중촌고분군, 거창 개봉고분군 등이 조영된 경남지역 가야고도와 전북 무안, 진안, 장수, 남원, 전남 순천, 여수 등 가야영역으로 생각지 못한 전라남ㆍ북도 여러 곳에서 새로운 가야고분군에 대한 학술조사가 연차적으로 수없이 진행돼 왔다.
신라와 백제문화권 정비사업에 비해 가야문화권 정비사업은 그 예산이 매우 열악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에서 지역 문화와 역사를 규명하기 위한 가야문화권정비사업을 연차적으로 진행한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이제 정부에서 대통령이 직접 국정과제로 삼음에 따라 가야사 복원사업이 금빛 날개를 달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정부는 경주를 중심으로 한 신라왕경복원사업에 많은 예산을 들여 신라사에 대한 새로운 연구성과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금관가야 고도인 김해를 중심으로 가야사 복원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양산은 지리적으로 경주와 김해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신라사 복원사업도 가야사 복원사업도 모두 중심지에서 벗어나 주변부에서만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양산 인구가 30만명을 넘어섰다. 도시 발전과 함께 문화도 같이 발전해야 한다. 인근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김해시는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 시립박물관과 문화재연구원을 중심으로 국가사적이나 도 기념물 등 지정된 고인돌, 고분군, 산성, 읍성 등 중요문화재 정비복원사업은 물론 지역 역사와 문화를 규명하기 위한 학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정비한 문화재는 시민 문화공간조성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화 활성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양산시도 이제 개발과 보존의 조화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도시발전을 위한 개발정책과 함께 중요문화재 보존과 관리를 위한 종합정비계획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는 더 이상 핑계가 될 수 없다. 양산시보다 예산이 훨씬 적은 주변 시ㆍ군보다 문화재 정비와 학술조사 등에 대한 예산이 적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시정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