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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찬성, 반대 떠나 양산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교육

“찬성, 반대 떠나 양산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6/13 13:51 수정 2017.06.15 13:51
[특별기획③ 고교 평준화 이제는 말할 때]
학생, 학부모, 교육단체, 학교장
양산교육계 다양한 목소리 들어

“주입식, 서열화는 낡은 교육방식”
“서두르지 말고 신중한 접근 필요”

내가 생각하는 고교평준화는?



행복학교 확대, 고입선발고사 폐지, 선행학습 금지, 중학교 자유학기제…. 최근 몇 년 동안 이슈로 회자되고 있는 교육정책이다. 오로지 공부, 공부만을 강조해 온 한국사회 교육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책들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 학교가 즐거워야 한다’는 교육방향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양산교육계에서 고교 평준화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학력우수 학생 진학정도가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비평준화 제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 중학생에게 입시 부담을 안기고, 고교를 서열화하고, 교사를 신입생 유치에 내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산 고교 평준화, 이제는 말할 때’ 특별기획 마지막으로 양산교육계에 고교 평준화에 대해 물었다. 교육현장과 교육단체, 학생, 학부모, 정치권 등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단순히 찬성, 반대 입장이 아니다. 양산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함께 담겨있다. 이들 의견과 고민이 수면 위에서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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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평준화, 사회가 바뀌는 하나의 관문돼야”



오후 4시 10분에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간다. 학원에서 도시락으로 저녁밥을 먹고 곧장 수업에 들어가 밤 10시까지 공부한다. 시험기간이면 주말에도 학원에서 하루종일 보낸다. 특별히 공부 잘하는 학생 얘기가 아니다. 양산지역 일반적인 중학생은 이렇게 공부한다. 고교 비평준화지역 중학생들은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김형준
양산중앙중 학생회장
ⓒ 양산시민신문



학원 서열화는 더욱 심각하다. 학원을 가고 싶어도 학원이 정한 수준 이하 성적이면 받아주지 않는다. 양산지역은 입시 단과학원이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친구도 있다.


고교 평준화 필요하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고, 중학생에게 자유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최종 관문인 대학입시가 여전히 성적 순으로 줄세워 뽑아가는 한 바뀌지 않는다. 더욱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훌륭한 사회인으로 인정받는 우리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다람쥐 쳇바퀴처럼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졸 기술자가 인정받는 사회, 사지선다 시험이 아닌 사람을 보고 뽑는 대학으로 바뀔 수 있는 하나의 관문이 고교 평준화라면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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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명문고라는 인식 필요”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선택 기준이 집에서 가까운 학교였다. 그런데 고교 비평준화지역에서는 이런 기준을 가진 내가 이상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김예리
양산시고교회장단연합 대표
ⓒ 양산시민신문



왜 학교가 공부 잘하는 학생을 더 공부 잘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하는가? 그런 학생은 이미 공부하는 방법을 안다. 혼자서도 잘한다.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해결해 주면 된다. 학교는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에게 공부 외 잘할 수 있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비평준화지역 고교는 오직 공부 잘하는 학생 위주로 학교가 돌아가는 것 같다. 수업도 동아리 활동도 선생님들 관심조차도 말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많은 친구들이 공부 필요성을 느낀다.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직업이 생기면서 그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공부 못하는 혹은 안 하는 학생으로 낙인 찍힌 채 서열화된 고교에 가게 되면 회복할 방법이 없다. 한 교실에 공부 잘 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면학 분위기가 확실히 만들어질 수 있는데, 그마저 없으면 아예 포기하게 된다. 학생도 선생님도 모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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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우수 학생 기준으로만 필요성 판단해선 안돼”



고교 평준화는 우리 첫 아이가 학교 다녔던 10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교 평준화 효과를 얘기할 때 그 중심이 학력우수 학생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10년 전에는 고교 평준화가 학력우수 학생들이 우수대학 입학에 불리하다며 반대하더니, 지금은 입시 제도가 바뀌어서 우수대학 입학에 유리해서 찬성한다는 식의 얘기다.

















↑↑ 류광임
양산시학부모회 회장
ⓒ 양산시민신문



우리 아이들 목표가 모두 우수대학 입학이 아니지 않는가? 그림 잘 그리는 아이한테는 그림이 공부고, 음악 잘하는 아이한테는 음악이 공부다. 공부하고 싶어하는 아이한테 공부하게 해 주는 것 모두가 다 교육이다. 수학, 영어가 공부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이제는 양산지역 고교 평준화를 말할 때, 다양성을 가진 우리 아이들 모두 미래에 유ㆍ불리를 따져줬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 개별 창의성과 특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교 평준화를 통해 다양성, 창의성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교육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양산은 단순히 학교 평준화가 아니라 교육 다양성 평준화 방향으로 고교 평준화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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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욕구 통하는 고교 비평준화 더는 안돼”



나는 고3, 고1, 중1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다. 어떻게 보면 고교 평준화 주제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 성미경
토닥쓰담학부모네트워크 회장
ⓒ 양산시민신문



학부모를 오래하면 참 많은 학부모를 만나게 된다. 그 중 초등학교 때 영재반이었는데 중학교 가서 학업을 놓아버렸다고 허탈해하는 부모, 특정고교 가서 꼴찌를 하더라도 기어코 그 학교 교복을 입히겠다며 기를 쓰고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 등. 자녀 공부는 부모가 욕심내서 되는 것이 아닌데, 이런 사례를 보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막상 고교 학부모가 돼 보니 현실이 그게 아니었다. 욕심내는 부모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였다. 고교 비평준화지역은 여전히 학부모 욕구가 통했다. 일하는 엄마인 게, 능력없는 엄마인 게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바꾸자. 바꿔야 한다.


고교 평준화는 학부모와 학생보다 학교에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 잘하는, 공부하는 방법을 아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공부 못하는,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더욱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까지 아우르는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진짜 실력있는 교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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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도입해야 한다”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교육도시로써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양산시가 아직도 고교 평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 이상환
양산시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 양산시민신문



10여년 전부터 학력우수 학생 유출 문제가 양산교육계 최고 골칫거리였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문고 육성 사업, 양산사랑장학생 장학사업 등 많은 예산을 써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인재유출이 확연히 줄어든 것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니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양산지역 교육인프라에 만족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양산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실제 소위 명문고라고 일컫는 일부학교도 고교 평준화를 원한다고 들었다. 평준화를 통해 학생들이 고루 분포해 있는 조건에서 대입에 좋은 결과를 내는 학교가 진짜 명문고라는 인식 때문이다. 더는 우수 학생들 데리고 가서 대입 결과를 그것 밖에 못내냐는 비아냥을 듣기 싫다는 푸념도 전해 들었다.
진짜 고교간 경쟁은 평준화가 된 다음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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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평준화는 학력 하향 평준화? 근거 없다”



고교 평준화 도입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학력저하’다. 고교 평준화가 마치 학력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는 것처럼 얘기한다. 결론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이다.

















↑↑ 전희영
양산전교조 지회장
ⓒ 양산시민신문


몇 해 전 교육부가 연세대 교육학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 지역 학교 수능 점수가 비평준화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연구는 16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비교한 것인데, 평준화 도시에 속한 학교 평균 점수가 16년간 예외 없이 높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평준화 정책으로 학생 학업성취도가 저하된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연구결과다.


때문에 더는 고교 평준화 도입 필요성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없다. 이미 교육주체인 학부모와 학생 다수가 원하는 제도이고, 교육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실도 이제 배움 중심으로 모습이 변했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낡은 방식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나 혼란없이 도입ㆍ시행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개인적으로 큰 혼란을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 대학입시 전형이 다양화하면서 고교 서열화 구도가 없어지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입시전략에 따라 고교를 선택하는 현명한 학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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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줄세우기는 교육정책에 역행하는 교육”



초등학교가 ‘창의력과 인성을 기반으로 하는 행복교육’을 목표로 수업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만 바뀌어서는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

















↑↑ 조영선
북정초등학교 교장
ⓒ 양산시민신문



최근 학부모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단절된 교육이 문제라는 것이다. 분명 초등학교 때는 창의성과 다양성 교육을 위해 다채로운 활동을 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 그 활동들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수십가지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습득한 예체능 실력이 모조리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필평가를 폐지 내지 축소하라는 교육정책은 아이들 생각을 주입식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인데, 고교 비평준화는 여전히 주입식 줄세우기 방식이다.다시 말해 교육정책에 역행하는 교육이다. 교육목표에 충실한 교육을 하는 것이 옳다.


양산은 33만 인구에 교육예산 규모는 물론 교육인프라까지 훌륭히 갖춰진 지역이다. 때문에 고교 평준화로 인해 우수인재가 외부로 유출된다는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도입 초반에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생각한다.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이루는 교육도시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 고교 평준화 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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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도입 위해서는 특성화고 설립 전제돼야”



고교 평준화 걸림돌 중 하나는 양산 지리적 특성이다. 서부양산, 동부양산으로 나눠진 데다 동떨어진 하북지역까지 원거리 배정 논란이 있을 수 있다.

















↑↑ 구영건
웅상여자중학교 교장
ⓒ 양산시민신문




김해지역이 그 예로 서부ㆍ동부로 나눠 현재 장유신도시라고 불리우는 서부지역을 제외하고 평준화를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학교 서열을 더욱 부추긴 꼴이 돼 버렸다. 물론 지금은 안정화를 찾았지만 고교 평준화를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선례를 보여줬다.



양산도 현재 중학교 학군을 적용해 평준화 지역을 나눌 것인지, 원거리 배정이 일부 되더라도 통합지역으로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또 성공적인 고교 평준화를 위해서는 특성화고 설립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학업에 뜻이 없는 학생을 무조건 일반계 고교로 진학시켜서는 안 된다. 고교 평준화를 통해 자신 의지와 상관없이 교실에 앉아 있게 되면 자신은 물론 주위 학생들까지도 학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학생은 아예 정상적인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부산이나 울산지역 학력인증학교에 진학하기도 한다. 이들을 위한 특성화 고교 설립으로 고교 선택 다양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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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분포곡선 아닌 기형곡선을 가르쳐선 안돼”



우리 사회는 정상분포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비평화지역 고교는 한 쪽 혹은 가운데가 몰려있는 기형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질화 속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학교가 오히려 자연스럽지 못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구조로 돼 있다. 얼마나 교육적이지 못한가?

















↑↑ 최진운
양산고등학교 교장
ⓒ 양산시민신문



수능이 물수능으로 변하고 있다. 영어 절대평가처럼 수학을 비롯한 다른 과목도 절대평가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학생부전형 역시 단순 동아리 활동이 아닌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을 요구한다. 토론과 배움 중심 수업에서 학생이 얼마나 적극 참여했는지 알기 위해서다.


국가도 대학도 멀리 내다보고 입시제도를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춰야 하고, 그에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고교 비평준화 지역 교육방식으로는 더는 경쟁력이 없다.


많이 외우고 빨리 푸는 것에 박수 보내는 방식은 이미 우리 시대에 끝났다. 외우고 계산하는 것은 기계가 컴퓨터가 하다못해 핸드폰이 다 해결해 주는 문제다. 시대적 요청에 따른 교육본질 회복 수업을 위해서라도 고교 평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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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평준화추진위 구성해 첫 단추 꿰어야”



양산 교육현안을 논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특성화고 설립’과 ‘고교 평준화 도입’이다. 특성화고 설립은 지난해부터 교육청과 양산시가 활발히 준비 중이지만 고교 평준화 준비는 아직 첫 단추도 꿰지 못했다.

















↑↑ 차예경
양산시의회 의원
ⓒ 양산시민신문



경남도 조례에 따르면 지금 시작한다 해도 민간추진위원회 구성, 경남도 타당성 조사용역 실시, 경남도 출자 기관에 의뢰해 주민여론조사 실시,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60% 이상 찬성시 관련 조례 개정, 조례 개정 후 ‘평준화 심의위원회’ 의결 거쳐 평준화 학교 추가 지정을 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밟으려면 최소 3~5년이 소요된다.


인구 수, 세수 등은 물론 교육 인프라를 비교했을 때도 양산지역은 늦은 감이 있다. 그렇다고 성급히 서두를 것은 아니다. 교육 하향평준화, 학생 학교선택권 제한, 교육 획일화 등 이유로 평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기 때문이다. 매우 민감한 사안인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어서 준비시간이 긴 것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고교 평준화를 위한 준비단계에 돌입하자는 의견을 냈다. 교육청, 양산시장, 관계공무원, 교육현장과 교육단체, 학부모, 시민단체 등을 포함한 ‘고교 평준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첫 단추를 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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