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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는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6/13 10:02 수정 2017.06.13 10:02












ⓒ 양산시민신문















↑↑ 하유진­­(하수연 어머니)
ⓒ 양산시민신문
얼마 전 병원에서 초등학교 시절 은사님을 뵈었다. 나이만 먹어 여전히 철없는 나를 향해 수국처럼 소담하게 웃으셨다.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설쳐대던 내게 ‘노래 하나 햇볕 한 줌’을 함께 부르며 진실한 나눔을 가르치시던 분이셨다. 이제 무심히 스쳐 지나는 이웃으로 서 계신 모습을 뵈니 만감이 교차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은 이런 감정을 느껴본 사람들에게 귀중한 위로로 다가오는 책이다. 힘센 수평아리로 태어나 동네 닭들은 다 이겨먹고 우렁찬 새벽소리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교만한 젊음이 보인다. 그러나 세상엔 반드시 나보다 강한 자가 있다는 진리 앞에서 교만은 모랫둑 같이 무너졌다. 닭싸움에서 밀려난 수탉의 선택은 우리가 바라는 인생의 반환점이 아니다. 술, 혹은 다른 그 무엇 뒤로 숨고 핑계 대는 초라한 현실일 뿐이다.


이렇게 잦아들다 끝나는 걸까, 병아리 시절 어른들은 왜 삶이 결국 자신을 배반하는 과정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을까. 추락하던 수탉과 우리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살아오는 동안 가장 익숙했던 목소리가 처음으로 진정한 지지를 보낸다. ‘당신이 이룬 것들을 봐요. 당신이 이가 흔들려 고기를 못 씹어 가며 온 힘을 다해 키운 아이들이 당신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잖아요. 당신이 쌓은 것들이 아니라 나눠준 것들이, 얻은 만큼이 아닌 잃은 만큼이 당신을 말해주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은 제 힘을 세상에 가장 아낌없이 풀어 보낸 수탉이었다. 은사님의 조용하고 따뜻한 웃음 앞에 괜히 들킨 듯 내 안팎의 모양새를 다잡았다. 아직 세상에서 가장 센 힘이 무엇인지, 시간을 이기는 사랑이 어떤 건지 다 모르는 내게 선물처럼 오신 은사님. 그리고 언젠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물어올 아이들과 더불어 이 책을 읽고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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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웅상초6)
ⓒ 양산시민신문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은 마치 연예인, 즉 아이돌을 풍자한 것 같다. 수탉도 한창 때는 인기있고 잘나가는 수탉이었지만, 더 힘이 센 수탉이 오자 밀려나고 말았다. 인기는 식고 술에 취해 다니고, 이것은 아이돌의 삶이나 별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수탉은 남은 삶에서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계속 매진해온 일에서 절망에 빠졌을 때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유명하지 않고, 잘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특별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늙고 병들고 힘이 없어도 나는 소중하고, 나를 위로해줄 누군가가 있으면 힘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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