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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끊어진 5남매 밧줄, 마음으로 잇는다..
사회

끊어진 5남매 밧줄, 마음으로 잇는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6/20 08:59 수정 2017.06.20 08:59
[이슈&현장] 외벽 청소원 밧줄 절단 사망 사건

모두가 치를 떨었다. 웅상주민이 분노하고, 양산시민이 가슴을 쳤다. 지역을 떠나 소식을 전해들은 국민은 ‘시끄럽다’는 이유로 생명을 지탱하는 밧줄을 끊은 가해자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어이없는 사건에 전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숨진 희생자가 70세 노모를 모시며 5남매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탄식했다. 그리고 분노를 넘어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가 사는 곳에 이런 끔찍한 일이”
안타까운 사연, 분노 넘어 치유로

지역온라인 커뮤니티 모금 제안
양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동참
각계각층에서 도움 의사 밝혀




“27개월 손녀가 자고 일어나면 아직도 아빠를 찾아요. 사진 보면서 ‘아빠 까까 사죠’ 하는데…. 애써 눈물을 삼키고 ‘아빠 하늘나라 갔어’라고 했더니 손녀가 말하더군요. ‘하늘나라에서 언제 와?’…”


숨진 김 씨 장모가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들썩이는 아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했지만, 김 씨 장인 역시 새어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며 함께 오열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15일 현장검증에서 만난 유가족은 여전히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양산사람들이 5남매의 튼튼한 안전망이 돼주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비록 희생자 가족이 양산사람은 아니지만,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김 씨 가족을 돕고 싶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웅상이야기’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다. 14일 카페 운영진은 ‘그가 끊은 밧줄에 매달린 건 1명이 아니었다’는 언론보도를 전하며 “양산에서 생긴 말도 안 되는 일, 우리가 작은 힘이라도 돼 드려야 하지 않을까”라며 “자율기부로 조의금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모금을 시작한다”고 모금 동참 글을 게시했다.

















↑↑ 온라인 카페 ‘웅상이야기’는 지난 18일 프리마켓 행사를 시작하며 일제히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했다. 이날 현장에서 조의금 모금도 함께 진행했다.
ⓒ 양산시민신문


‘러브양산맘’ 카페도 동참했다. 같은 날 “끔찍한 사건에 분개하고만 있었는데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되면서 같은 엄마고, 아빠 마음으로서 힘겨운 마음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는 공지와 함께 조의금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모금 첫날 500만원이 모였다. 운영진도 놀랐다. 웅상이야기 진재원 운영스텝은 “처음에는 200만원이라도 모아서 꼭 전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양산시민이 다가 아니었다. 부산에서, 울산에서, 서울에서, 심지어 제주에서 정성이 모였다. 뉴스를 보고 사연을 알게 됐다는 많은 국민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너무나 큰 금액이 모여 놀랍기도 또 당황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이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에 뭉클함이 앞섰다”고 말했다.


온라인 카페뿐 아니다. 페이스북 ‘양산사람들’에서도 모금을 시작했다. 온라인 밴드모임 ‘만원의 행복’도 기부에 동참했다. 양산사람들이 모여 있는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금과 기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양산경찰서 전화기에도 불이 났다. 개인 기부자 문의가 쏟아지면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청원감사실 박경서 경사는 “하루에 200~300통이 넘는 전화문의가 온다. 감동적이고 뭉클한 사연도 많다. 얼마 전 아내를 잃고 홀로 자식을 키우게 됐다는 한 남성이 아내 장례식 조의금 일부를 기부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한 독지가는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꾸준한 도움이 필요하다며 해마다 장학금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온정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양산지역 행정기관도 동행하기로 했다. 양산경찰서는 물론 양산시, 양산시의회도 십시일반 직원 모금을 통해 조의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 씨 장인 권아무개(66, 부산 진구) 씨는 “양산지역에서 우리 가족을 돕겠다고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산에 살지도 않고 인연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도움을 주다니. 너무 감사하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떨궜다.















↑↑ 지난 8일 오전 8시 13분. 덕계동 한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인부가 갑자기 12층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안전사고였을까. 아니다. 살인사건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끄러워서… 홧김에…’(사진은 15일 경찰 현장검증 모습)
ⓒ 양산시민신문














↑↑ 지난 8일 오전 8시 13분. 덕계동 한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인부가 갑자기 12층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안전사고였을까. 아니다. 살인사건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끄러워서… 홧김에…’(사진은 15일 경찰 현장검증 모습)
ⓒ 양산시민신문














↑↑ 지난 8일 오전 8시 13분. 덕계동 한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인부가 갑자기 12층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안전사고였을까. 아니다. 살인사건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끄러워서… 홧김에…’(사진은 15일 경찰 현장검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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