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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특별기고] 고리 1호기 영구폐쇄, 끝이 아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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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고리 1호기 영구폐쇄, 끝이 아닌 시작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6/20 10:14 수정 2017.06.20 10:14













 
↑↑ 허문화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양산시민신문 
2017년 6월 18일, 대한민국을 뜨겁게 한편으로는 불안하게 달군 고리 1호기가 40년 유구한 역사를 뒤로 하고 영구 폐쇄하는 날이다. 고리 1호기는 전원이 모두 꺼지는 블랙아웃 사태, 짝퉁 부품 비리는 물론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등 크고 작은 사고와 30년 가동하고 10년 재연장이라는 위험한 기록을 가진 꺼지지 않는 불이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쓴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원자력을 ‘미래로부터 온 전쟁’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자본의 힘을 가진 이 새로운 적과 앞으로 끊임없이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겪으면서 인류는 전쟁보다 더 처참하고 참혹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됐다. 체르노빌 사고는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아무도 살지 못하는 땅이 됐고, 방사능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피폭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처럼 핵발전소 사고 이후 피해는 대를 이어 고통까지도 대물림 된다.

고리 1호기 폐쇄는 그저 이뤄낸 결과가 아니다. 수많은 탈핵 활동가들과 탈핵 시민 염원과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 저항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드디어 6월 17일 오후 6시 폐로 첫 단계인 전원공급이 차단됐다.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핵발전소 해체나 재처리과정도 숙제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안 짓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 탈핵진영 정설이다.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말은 옛말이다. 핵발전소 단가에서 재처리 비용이나 인근 주민들의 갈등비용, 사고 시 위험비용을 합산한다면 어떤 것보다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다. 
 
인근 대만은 공정률 98%인 핵발전소 2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대만 국민 생존에 대한 강한 본능이 이뤄낸 결과다. 국민의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도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타올랐던 촛불을 우리는 기억한다. 전체 국민 1/3인 1천700만명이 촛불에 참여해 기적을 일궈냈다. 어쩌면 탈핵은 정권을 바꾸는 일보다 더 절실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정권에서 한국 최초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 폐쇄가 신호탄이 돼 탈원전 시대로 나아갈 골든타임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고리 1호기가 폐쇄돼도 우리 양산 인근 고리에는 여전히 고리 2ㆍ3ㆍ4호기, 신고리 1ㆍ2ㆍ3호기, 곧 가동될 신고리 4호기, 지난해 졸속으로 승인돼 현재 공정률 25%를 넘기고 있는 신고리 5ㆍ6호기까지 9개 핵발전소를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탈핵정책을 늦추는 것은 우리에게 위험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고, 수많은 갈등의 시간을 조장하는 것이며 안전한 사회로 가는 비용을 늘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고리 1호기 폐쇄를 앞두고 가슴이 뛴다. 한국 최초 핵발전소가 한국 최초로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보는 역사적 순간을 앞두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그러나 탈핵만은 절대로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집을 피워서라도, 억지를 부려서라도 탈핵은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일궈야 할 과업이다. 생명에는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으며 생존에는 어떠한 적당함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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