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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염려상자
오피니언

[빛과 소금] 염려상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7/04 09:42 수정 2017.07.04 09:42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는 저서 ‘모르고 사는 즐거움’에서 걱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사람이 하는 걱정 중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사건에 대한 걱정이 40%,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걱정이 30%,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닌 사소한 것에 대한 걱정이 22%,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에 대한 걱정이 4%,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사건에 대한 걱정이 4%이다” 


실제 우리가 해야 할 걱정거리는 겨우 4%에 지나지 않는데, 걱정해도 아무 소용없는 일에 매달려서 여기에 에너지를 다 소진하다보니, 정작 걱정해야 할 때는 지쳐서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걱정도 제대로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염려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연구에 따르면 걱정이라는 것은 그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됐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면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본능적인 심리작용에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깊이 생각하다보면 또 다른 걱정이 꼬리를 물게 되고, 하나의 걱정이 더 많은 걱정으로 이어져 마침내 걱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즉, 모든 걱정이라는 것은 걱정에 대한 또 다른 걱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전 ‘힐링캠프’라는 TV연예프로그램에 개그맨 정형돈 씨가 출연해 자신이 우리나라 최고 연예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하차한 후 한동안 방송에 출연하지 못한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가 처음 개그맨을 했을 땐 오직 개그 하는 게 좋아서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도 사표 내고 시작했다. 



생활비가 없어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그렇게 고생했어도 개그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 다른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보니 더 성공한 개그맨 되겠다는 욕심과 인기, 돈, 명예, 가족, 사람들의 시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이런 것들에 마음이 나뉘게 되고 어느 새 그런 걱정과 염려에 빠져있더라는 것이다. 



복이라는 것을 누려보니까 이게 너무 좋고, 이거 계속 좀 누리고 싶은데, 이게 혹 갑자기 내 곁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 싶은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 찾아왔고, 그것이 마침내 병이 돼 더 이상 방송에 출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성경은 ‘근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잠17:22)


우리 몸에는 자율신경계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염려, 근심에 빠지게 되면 그 자율신경 가운데 일부분이 우리 심장을 파괴한다. 더 심해지면 위장을 파괴하고 대장, 소장과 각 신체 기관을 파괴해간다. 그래서 과도한 근심은 소화불량과 불면증, 신경쇠약, 정서 불안 그리고 정신분열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장마비 원인이 되며, 위장과 대장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미국 의료학계 연구결과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전쟁터에서 35만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본국에 있는 가족들 중 이들에 대한 염려와 근심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들은 100만명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염려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 아더 랭크라는 영국 실업가가 ‘염려상자’라는 걸 만들었다. 걱정거리가 생길 때마다 메모지에 날짜와 내용을 기록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십시오’라고 아주 간단하게 기도하고는 이 쪽지를 상자에 넣어뒀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을 ‘염려의 날’로 정해 상자 속 쪽지를 꺼내 살펴봤다. 이렇게 해서 걱정거리가 생길 때마다 그는 짧게 기도하며, 고민하기를 잠시 미뤄두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염려상자에 걱정거리를 적어놓을 때만해도 그건 대단히 큰 문젯거리였는데, 그것을 꺼내 다시 읽어볼 즈음에는 이미 문제가 아니게 된 것들이 참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껏 염려상자에 넣어두었던 메모들을 다시 정리해보니 자신이 살아오면서 정말 고민하며 염려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철학자 알랭이 이런 말을 했다. 

 
“걱정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고,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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