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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새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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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새 이웃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7/11 09:54 수정 2017.07.11 09:54













 
↑↑ 이수임
희망웅상 홍보분과
ⓒ 양산시민신문 
내가 사는 웅상에는 결혼 이주 여성과 이주 노동자가 많다. 서창에만 해도 3천명 정도가 살고 있고 4개동을 합치면 대략 4천명이 넘는다. 이제 어디서든 쉽게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 길에서 얼굴이 까만 이주 여성이나 이주 노동자를 만났을 땐 이성적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려 해도 왠지 몸은 저만치 떨어지는 내 모습에 당혹스럽기도 했다. 

특히 한국 사회는 반도 국가로 중국, 일본 사람들 말고는 접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단일 민족 국가로 지내왔다. 게다가 조선시대 이후 유교 영향이 더해져 더욱더 혈통을 중시하는 관습이 굳어졌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피부색이나 혈통에 대해 민감한 편인데 거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백인 선호 사상까지 더해졌을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모습에 젖어 있었나보다. 


그러다가 ‘희망웅상’을 알게 되고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자원봉사 활동을 3년 넘게 하면서 나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그들을 만나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고, 손이라도 잡고 뭐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나의 태도가 이렇게 바뀐 데에는 그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더 배우게 됐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본받을 점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다. 생활을 들어보니 거의 60~70년대 우리나라 생활수준이었다. 게다가 남아 선호사상까지 더해서 공부를 하고 싶어도 오빠나 남동생에게 밀린 사람들이 많았고, 설사 대학을 나왔다 해도 여자들은 취직이 잘 안 되는 사회 속에서 가난과 차별을 이겨보기 위해 그들은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한국을 택해 온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환상적인 꿈으로 바다를 건너 온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그들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개척해보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고 그만큼 대단한 열정으로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익히려 애쓴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들을 또 다른 차별로 대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취급하고, 까만 손으로 만든 음식이라 더럽다고 음식을 따로 해 먹는 시어머니에다가 한국문화를 잘 몰라 쩔쩔매는 모습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남편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길에서는 또 어떤가. 시장에서 뭘 좀 물어보면 기본이 반말이고 퉁명스레 만지지 말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안쓰럽게 쳐다보며 남편 나이는 얼마나 많은지 물으며 돈만 밝히는 사람처럼 색안경 끼고 혀를 쯧쯧 차기까지…. 듣고 있으면 낯 뜨겁고 민망할 정도다. 


단일 민족을 자랑으로 여기던 시대는 끝났다. 우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우리들 속에 들어와 있다. 그들을 배타적으로 여겨서 멀리하게 되면 우리가 발 디딜 곳이 좁아질 것이다. 우리 민족도 해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있고 더러는 유색인종이라 차별 당한다는 경험담들도 듣게 된다. 그 소리가 반갑지 않다면 우리부터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들은 영국이나 미국에서 차별받는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키가 크고 작은 사람이 함께 살고 얼굴 생김이 달라도 어우러져 사는 우리네들처럼 이주여성들이나 이주노동자들도 우리와 조금 더 다른 이웃일 뿐이다. 우리가 그들을 이웃으로 따뜻이 맞을 때 우리 지역도 살맛나는 공동체를 회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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