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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열린 칼럼] 학교 밖 청소년에게..
오피니언

[열린 칼럼] 학교 밖 청소년에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7/18 09:00 수정 2017.07.18 09:00













 
↑↑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양산시민신문 
지난주 양산시민신문 1면 기사는 ‘학교 떠나는 아이들’에 관한 보도였다. 이 기사가 내게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나 자신이 학교를 떠난 아이로 중ㆍ고등학교 검정고시 출신이기 때문이고, 또 다음 달 초 검정고시가 임박한 청소년들에게 한국사 과목 수업을 봐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 양산지역에서만 초ㆍ중ㆍ고 학생 193명이 학업을 중단하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났는데 그 가운데 고등학생이 12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간 최고치라고 한다.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 검정고시(정식 명칭은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와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지원을 하고 있는 청소년도 수십 명이 되고, 학교를 떠나는 이유 중에는 대안학교나 외국 유학을 위한 자퇴도 있다고 하니 학교를 떠난 것이 곧 학업 중단은 아닌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우리 때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상급학교 진학을 못하거나 중퇴하고 생활전선에서 싸우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같은 기사를 보면 최근에는 비교적 학교 폭력이나 비행 등 문제 학생보다는 학업이나 학교생활에 지쳐 무기력한 상태로 아예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다행인지 아닌지는 좀 헷갈린다. 


학업 중단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전인교육 측면에서 학교교육보다 오히려 대안교육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 양산지역에는 학력을 인정해주는 대안학교마저도 없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이 학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는 이런 청소년들을 위해서 자원봉사자 선생님들 재능 기부로 검정고시를 위한 스마트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원서접수도 지원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 상담과 학업복귀, 사회진입 등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이 자신의 꿈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그들 꿈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학업중단 전에 ‘학업중단 숙려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모든 비용은 무료이다. 


개인사 이야기지만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후배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혹 참고가 될까해 검정고시 추억 두어 가지를 공개하겠다. 우리 때에는 과락제도가 있어서 전체 점수가 아무리 좋아도 한 과목이라도 40점 이하가 되면 불합격이었다. 학원에 다닐 형편도 못됐던 나는 정규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영어 과목 때문에 여러 번 시험을 치러야 했다. 지금은 과락제도가 없어졌다니 정말 잘된 일이다. 



그때는 또 시험문제가 시ㆍ도별로 달라서, 쉽게 출제된다고 알려진 대구와 심지어 제주도에까지 시험을 치러 다녔다. 부산에서 12시간도 더 걸리는 ‘도라지호’ 여객선의 한증막 같은 3등 칸에서 심한 뱃멀미를 해 정작 시험은 엉망이 되고 말았던 것이 기억난다. 


나와 가까운 지인 한 사람은 어떠어떠한 이유로 학교 밖 청소년이 돼 배움의 때를 놓쳐버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검정고시로 중ㆍ고등학교를 마쳤다. 50대에 방송대학교에 입학해 3개 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지금은 60대 나이로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하고 있다. 그는 학력이 낮다는 것이 내내 부끄러웠고 학교 동문이 없어서 내내 부러웠다고 한다.


우리 후배 학교 밖 청소년들아, 실제 합격 여부에 관계없이 시도해본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시점에서 인생의 검정고시는 이미 합격한 것이다. 물론 학교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무쪼록 학교를 떠난 것이 곧 학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고입ㆍ고졸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무한한 애정과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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