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사랑을 보면 어떤 상대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 어떤 대상을 매우 좋아해서 아끼고 즐기는 마음이라고 돼 있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한 행의 느낌에서 나지막하고 애교스런 여인의 목소리, 젊은 날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