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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아이들에게 자연은 놀이터고, 곤충은 친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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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자연은 놀이터고, 곤충은 친구죠”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7/18 09:18 수정 2017.07.18 09:18
오봉초등학교 최 진 호 교장

독특한 자연생태교육으로 ‘화제’
아이들과 함께 뒷산서 곤충채집
표본으로 제작, 생태체험관 개관
물고기, 식물 등도 전시할 계획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 하루살이 한 마리가 들어온다.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하루살이를 본 아이들이 놀라 소리치며 선생님에게 달려온다.
“선생님 빨리 잡아 주세요”, “무서워요” 자연과 멀어진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시커먼 장수풍뎅이를 손 등에 올려놓고 함께 논다. 도감에나 나올 법한 나비 이름을 척척 맞추고, 이름 모를 애벌레를 발견하고는 기쁨의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아이들이 곤충과 친구가 된 이유. 바로 곤충전문가 오봉초등학교 최진호 교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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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어릴 적 채집망을 들고 산에서 곤충채집하던 추억 있으세요? 곱게 반짝이는 사슴벌레,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 한 마리를 잡기 위해 해질녘까지 온 산을 뛰어 다녔던 그런 추억요. 우리 아이들은 이제 그런 추억 하나씩 다 생겼어요”


곤충전문가 혹은 나비박사로 불리는 최진호 교장은 수십 년 동안 곤충채집을 해왔다. 어릴 적 꿈이 생물학자였을 정도로, 자연과 식물과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 교육대학에서도 과학과를 선택해 나비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쓰고, 4학년 때 나비전시회를 하는 등 애정이 남달랐다.


“곤충채집 매력은 곤충의 무궁무진함, 끝을 알 수 없는 종류들 때문이죠. 놀랍고 신기하리만큼 다양한 곤충 세계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죠. 그런데 요즘 숲에 가보면 곤충 종류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 도시화가 심해지면 곤충을 볼 수 없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더 늦기 전에 자연 속 곤충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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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교사 시절부터 자연생태교육을 실천했다. 풀빛자연학교 캠프를 운영하고, 생태보존교사동아리모임을 이끌기도 하면서 생태교육에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에는 경북대 농생물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생태교육전문가가 되기 위한 공부도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해 오봉초 공모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자연생태교육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자연에서 배우는 오봉생태체험교실’이라는 특색교육 일환으로 최 교장은 아이들과 함께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 뒷산인 오봉산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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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있는 곤충을 직접 보고 느끼고 채집해 보면서 풍부한 상상력을 키운다는 취지로, 교장이 직접 생태교실을 진행했다. 그게 다가 아니다. 채집한 곤충으로 표본을 만들었다. 곤충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표본 액자에 전시한 곤충을 보면서 아이들 호기심은 커져갔다.


생태교실에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운동장이든 집에서든 곤충을 잡으면 교장실로 가지고 오라고 주문했다. 죽은 곤충도 괜찮다. 그랬더니 한 빰 정도로 제법 크기가 큰 호랑나비부터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무당벌레, 심지어 파리까지 가지고 왔다. 어느 날은 교장실 책상에 각양각색 곤충이 수북이 쌓여 있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가져온 곤충으로 또 다시 일일이 표본작업을 했다. 몇날며칠이 걸리는 힘들고 정교한 작업이지만 최 교장은 그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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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작업을 해달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곤충을 주고 가거나, 집에서 직접 사마귀와 귀뚜라미를 키우는 녀석도 생겼어요. 이제 이 아이들에게 자연은 놀이터이고 곤충은 신기하고 친근한 친구가 된 거죠. 더는 징그럽고 무서운 존재가 아닌 거예요. 자연에서 놀이는 따뜻한 추억으로 아이들 마음에 남아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재충전할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 교장은 이렇게 아이들이 채집한 곤충으로 전국 최초로 학교 안에 생태체험실을 만들었다. 물론 수십년 동안 자신이 직접 채집하고 표본으로 제작한 2천여점 곤충도 함께 전시했다. 평상시 보기 힘든 여러 가지 곤충전시는 물론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살아있는 곤충을 직접 길러보고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생태체험실은 오봉초 아이들 뿐 아니라 희망하는 양산지역 아이들 누구에게라도 개방할 예정이다.


그런데 체험교실을 ‘곤충’이 아닌 ‘생태’체험실로 이름 붙인 이유가 있다. 앞으로 곤충뿐 아니라 식물, 물고기 등 다양한 자연물을 함께 전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에는 민물고기 채집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밀양으로 캠프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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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자란 아이는 도시의 갇힌 공간에서 자란 아이보다 풍부한 정서 표현이 가능하죠. 시시각각 변하는 사계절은 아이 표현력을 성장시키고, 작은 곤충을 관찰하고 새싹을 찾으며 놀이하는 것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함도 알게 돼요. 그래서 자연생태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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