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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통합지원팀장 | ||
ⓒ 양산시민신문 |
부모가 되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자식으로 인한 기쁨과 행복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그만큼 책임과 부담도 크고,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도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부모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아이는 점점 피폐해진다. 그러면서 부모는 아이를 미워하게 되고, 아이는 부모를 싫어하게 된다.
#1. 결혼 초부터 남편은 화가 나면 폭력을 행사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금방 후회하고 빌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며 반복한 세월에 아들이 중 1이다. 맞고 사는 엄마를 봐서인지 아들은 분노조절이 안 된다. 엄마를 너무나 따르면서도 엄마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사고는 끝없이 이어진다.
#2. 아픈 동생이 있는 탓에 큰 아이는 어릴 때도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이든 스스로 해내야 했다. 4학년인 지금 친구들이 나를 무시한다며 소소한 것 하나까지 격한 감정을 보이며 다투고 있다.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감정조절이 안 된다고 한다.
#3. 여리고 순한 아이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다. 아버지는 사내자식이 자기 하나도 못 지킨다며 아들 대응이 불만이었고 아내에게 화를 낸다. 나 때문에 욕먹는 엄마에게 미안한 것도, 늘 당하기만 하는 나도 싫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4. 남편은 직장 일에 성실해 상사와 동료들에게 인정받는다. 그래서 일이 많다. 집에서도 아이들과 놀아줄 때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감정기복이 심하다. 어른인 나도 맞추기가 힘들다. 위압적인 아빠 앞에서 더욱 긴장하는 아이는 여동생에게 욕도 하고, 친구에게 하는 행동이 너무 과격하다고 1학년인데 벌써 여러 번 지적을 받았다.
대개는 지금 내 행동이 상대에게는 고통이라는 것을 알면 멈춘다. 그런데 부모 역할은 다르다고 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내 자녀가 그 고통을 견디고 극복해야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자녀와 관계에서 옳고 싶은가, 행복하고 싶은가를 물으면 거의 행복해지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뜻이 아무리 좋아도 또 내가 하는 말이 틀림없이 맞아도 지금 아이가 버거워한다면 잠시 멈춰야 한다.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끼도록 충분히 사랑하기가 먼저다.
학생 정서행동검사 결과에 따른 개입이 본격화됐다. 성장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정서적 어려움을 점검해서 해소하고, 사전예방을 하기 위해 초등학교 1, 4학년, 중ㆍ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모든 과정은 비밀을 보장하고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어떤 기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더라’ 통신 위력이 막강해 다양한 루머가 돌곤 한다. “기록이 남는다더라”, “정확하게 한 사람만 이상한 아이가 된다”, “괜히 찍힌다”, “아무 소용없다” 등등.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청소년은 매일 매일 자라고 있다. 그래서 변화무쌍하다. 그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안다는 것은 때로 큰 축복이다. 오히려 모른 체하고 덮으려다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더 많다.
믿을만한 어른이 한 명만 있어도 아이는 결코 비뚤게 크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 역할에 구멍이 생기면 선생님이든 동네 어른이든 그 역할을 조금씩만 나눈다면 아이는 틀림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고 다시 믿을만한 어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