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
ⓒ 양산시민신문 |
그런데 9명 가운데 5명이 20년 후 “돈 많은 백수 아니면 돈 없는 백수”, “어차피 정규직은 힘들 테니 그냥 프리랜서 아니면 백수”, “히끼꼬모리로 방바닥과 일심동체로 사는 백수”라고 미래를 전망했다. 그 가운데 한 참가자가 했던 “학교에서는 왜 이렇게 장래 직업을 묻는지 모르겠다.
“무슨 일을 할 때가 가장 재미있는데?” 이렇게 물어야 하는데, 이 질문을 하려면 재미있는 판을 만들고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도 좋을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니 애써 이 질문을 피하게 된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한 장래희망 고문은 청년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달라졌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런저런 기준이 되는 것들에 ▶학교 야자가 없어진다 ▶간호사 업무가 1/3으로 줄어든다 ▶비정규직 월급이 정규직 월급보다 많다 ▶육체노동자가 오케스트라를 즐기고 미술학원을 다닌다 ▶어른과 아이가 서로 반말을 한다 ▶존댓말이 없어진다와 같은 희망사항을 언급한 고등학교 교사인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글을 보면서 완전 공감하며 ‘좋아요’를 눌렀다.
청년이 노동하는 세상은 돈보다는 여가와 취미생활이 중요하고, 이런 여가문화를 즐기는 것을 당연시 할 때 갑을관계가 아닌 서로 존중하는 노동현장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과 육체노동 월급이 정규직과 정신노동 대가보다 우위에 서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세상은 주말에 만난 청소년들이 그린 그림에 뷰티샵 원장으로 일하면서 시간만 되면 챙 달린 모자를 쓰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 낡은 자동차를 타고 인디밴드 객원가수로 틈틈이 노래 부르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모습과도 겹친다.
이런 세상이 그냥 불쑥 찾아올까? 지금까지 삼포시대, 오포시대, 칠포시대를 거쳐 절규하던 청년백수 당사자 외침이 간절했고 그 외침에 사회가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 아닐까?
양산YMCA가 이사를 한다. 청소년과 청년 목소리에 집중하고, 이들에게 끊임없이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재미있는데?” 물어보고 이왕이면 “같이 재미있는 일을 도모해보자”고 이야기하기 위해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한다.
이사한 곳에서 초등학생에게 자신 경험을 누는 자원봉사학교 ‘따뜻한 온마을 학교’를 진행하는 청년들, 길거리에서 아르바이트 청소년들과 인권에 대해 소통하는 ‘길거리 복지학교’를 진행하는 청년들, 청소년 경제금융교실을 진행하는 청년들, 휴학하고 해외로 자원봉사 나가는 청년들, 환경문제를 토론하는 청년들, 양산에서 청년기본소득 정책을 고민하는 청년들, 그리고 그냥 양산에 사는 청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들을 작당해 보려한다. 청년 실패와 좌절은 상처가 되지 않고, 소소한 성취가 재미의 기억들로 단단해질 일상의 역사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