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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아현 coffeehof@ysnews.co.kr | ||
ⓒ 양산시민신문 |
“가시나. 니는 왜 일 안하노?!”
“애 셋 키우면서 내가 일까지 해야 되나?!”
“공부한 게 아깝지도 않나?”
“아니,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데?”
공부를 꽤 잘하는 친구였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 법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도 사시 준비로 몇 년을 신림동 고시촌에서 살았다. 사는 게 팍팍해 서로 소원해졌고 잊고 지내다 얼마 전 소식이 닿은 것이다. 그런데 애 셋을 키우면서 가정주부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의외였고, 진심 싫었다.
여성들이 사회에서 능력을 쓰지 않는 게 싫다. 아이들이 성장한 후 사회에 나와 또다시 일을 찾아 헤매는 그 시간이 아깝다. 대학 졸업 후 중단 없이 경력을 쌓았으면 좋겠다. 어떤 분야든 어떤 영역이든 경험과 시간은 분명 자산이 된다고 확신한다. 때문에 자산이 부족한 경력단절 여성이 뒤늦게 사회에 나오면 경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양산시어린이집연합회 주관 영ㆍ유아 부모 토론회가 열렸다. 양산시장과 영유아 부모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이례적인 자리였다. 많은 부모가 참석했고, 다양한 의견과 건의사항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 토론회에서 맞벌이 가정은 빠져 있었다. 맞벌이나 워킹맘에 대한 정책 제안이 없었다.
‘라떼파파(Latte-pappor)’.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아빠를 일컫는 스웨덴어다. 스웨덴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와 함께하는 일이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복지가 잘 갖춰진 스웨덴이니까 가능한 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웨덴 역시도 남자 육아휴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아빠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대폭 늘리고 아빠가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시켰다. 또 아빠 육아휴직이 가정 경제에 부담되지 않도록 추가 세금감면 혜택도 제공했다. 그래서 바뀐 것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 보기 때문에 한 사람 두 사람 시작한 것이 문화가 된 것이다. 정책이 먼저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요즘 사람들은 분명 못 이긴 척 따라갈 것이라 확신한다.
엄마 혼자 육아하라면서 ‘일ㆍ가정 양립’ 외치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빠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정책을 만들자. 어쩔 수없이 친정엄마에게 의존하는 육아에 지원 좀 해주자. 아파트와 마을 곳곳에 공동육아터를 만들자. 그러면 내 친구 능력도 사회에 환원될 것이다. 꽤 스마트한 여성이다. 정말 아까운 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