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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말 둘레길]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것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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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둘레길]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것들 ②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8/16 10:15 수정 2017.08.16 10:15











↑↑ 양인철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겨울의 시를 읽는다. 백석의 ‘국수’라는 시다.


눈이 많이 오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빠지기도 한다.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마을,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


여기 반가운 것이 온다.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 우리가 아는 국수가 아니라 냉면이다. 금세 시원해지는 느낌인데 점심 때 찾은 식당 주인이 오이냉국을 내놓으며 한마디 한다. 시간이 참 잘 가고 좋네요. 겨울이 어서 갔으면 했는데 벌써 여름이고요. 그 말에 서글퍼진 내가 한마디 흘린다. 시간이 빨리 가면 우리는 거저 늙어요. 그녀는 퍼뜩 놀란다. 그렇네요. 시간이 빨리 가면 힘든 것은 사라지고, 돈만 남는 줄 알았는데.


문득 요양병원에 누운 장모님 생각이 난다. 장인어른 돌아가시고 영 기력을 못 차리시더니 걸음도 못 걷는다. 그때가 언제인가. 결혼 후 맞은 첫 설에 처가에 갔다. 평소에도 장모님은 가마솥 가득 추어탕을 끓여 마을 사람들을 부르는 호탕한 분이셨는데, 명절에도 음식을 많이 장만했다. 잡채에 이름도 특이한 군수, 산적, 단술, 갖가지 나물 반찬. 아마 삼일은 처가에서 웃고 떠들었던 것 같다. 형님은 주는 대로 다 맛있게 먹는데, 양 서방은 배가 땅갑지 만한 갑네. 어디선가 들리는 장모님의 포근한 목소리, 밖에는 자주 바람이 몰아치고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그러나 그 시절은 잠깐이었다. 그 순간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 저기! 누군가의 목소리에 텔레비전에 눈을 둔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 모습이 비친다. 그도 불멸을 꿈꾼 사람 중 하나였나 보다. 그 정권이 영원할 줄 알았나 보다.


이번에도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ㆍ째마리 : 사람이나 물건 가운데서 가장 못된 찌꺼기.
ㆍ주저리 : 너저분한 물건이 어지럽게 매달리거나 한데 묶여 있는 것.
ㆍ좀팽이 : 자질구레하여 보잘것없는 물건. 몸피가 작고 좀스러운 사람.
ㆍ조리복소니 : 원래 크던 물건이 차차 졸아들거나 깎여서 볼품이 없게 된 것.
ㆍ잡동사니 :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 또는 그런 물건.
ㆍ잔챙이 : 여럿 가운데 가장 작고 품이 낮은 것.
ㆍ사금파리 : 사기그릇의 깨어진 작은 조각.

두런두런 궁시렁궁시렁

1) 어디선가 들리는 매미 소리. 쓰르람 쓰르람, 이렇게 우는 주인공은 ‘쓰르라미’라는 매미입니다. 붉은 갈색에 녹색 얼룩무늬가 있는 ‘쓰르라미’는 해가 지고 노을이 내리는 저녁 무렵에 운다고 해서 일명 ‘저녁매미’라고도 합니다.


2)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똥 한 번 잘못 밟은 셈 친다’고 하는데, 똥은 잘 밟든, 잘못 밟든, 일단 밟기만 하면 영 기분이 좋지 않은 ‘잘못된’ 일입니다. ‘똥 한 번 잘못 밟은 셈 친다’가 아니라 ‘똥 한 번 밟은 셈 치고’가 맞습니다.


3) ‘꼬라지가 그게 뭐냐’는 표현을 한 번씩 듣는데, ‘꼬라지’는 ‘꼬락서니’의 방언입니다. 또 ‘꼬락서니’는 ‘꼴’을 얕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꼴’은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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