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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희망웅상 자원봉사자 | ||
ⓒ 양산시민신문 |
나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중에 누군가에게 미움 받을 용기가 가장 없다. 그래서 늘 거절도 잘 못 할뿐더러 타인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나와 유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듯이 이런 경우 스스로가 선택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속앓이를 하거나 때론 뒤통수를 맞았다며 억울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반대로 자기 잇속을 알토란 같이 챙기는 이들을 보면 이기적이고 매정하다고 비난했고 스스로를 더 정당화시켰다. 이런 식으로 내 긍정은 오랫동안 늘 동전 앞면만 보게 두었고 다른 한 면은 무의식 깊은 우물 속에 숨겨 두기에 딱 알맞았다. 다행히 세월은 무수한 경험으로 인한 실수와 실패의 반복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자신에 대한 평가를 좀 더 객관적으로 하게 했다.
어째서 나는 유사한 일들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원인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했고 나에게로 가는 여행은 생각보다 썩 유쾌하지가 않았다. 늘 사랑하고 인정하는 나를 만나고 뿌듯한 것도 잠시 형태마저 희미한 나를 발견하고 너무나도 놀랐던 기억이 난다. 파고들면 들수록 스스로가 점점 작아지고 쪼그라드는 느낌과 무엇보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어?”라는 질문과 동시에 그런 모습이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 한동안 고통스러웠다.
게다가 정작 용기가 없어 하고 싶은 말도, 거절도 못 한 뒤에 불편함이 극으로 다다랐을 때 타인을 탓하기에 급급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 부끄러움 속에 어린 나와 마주했고 구석에서 울고 있는 나를 달래 줬다. 그리고 나는 어린 나를 꼭 껴안고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주현아 네 잘못이 아니야!”
우물의 저 깊은 바닥까지 닿고 나서야 나는 나를 제대로 사랑하게 됐다.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나의 못난 부분으로 인해 여러 일을 겪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무엇이 작용했는지 잘 살펴 볼 것이다.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나를 좀 더 돌아보는 방향 전환을 자연스레 한다면 적어도 외부에서 불어오는 거친 회오리가 나를 삼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타의에 의해 존재가 변질되는 것을 경계한다. 남은 생을 온전히 나로 사는 바람이 헛되지 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속에 있는 우물 속으로 천천히 내려 갈 것이다. 그리고 매번 만나는 나를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못난 내 모습을 가장 앞장세워 당당히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