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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어머니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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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죄송해요”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9/05 09:13 수정 2017.09.05 09:13













 
↑↑ 엄아현
coffeehof@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어머니, 죄송해요, 준서가…” 


가슴이 철렁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3살짜리 둘째 녀석 담임교사였다. ‘어디 아픈가? 많이 다쳤나?’ 온갖 걱정이 머리 속을 메웠다. 



“모기에 물렸어요” 



‘엥?’ 순간 당황했다. 그리곤 헛웃음이 나왔다. 



“준서가 모기 물린 게 왜 선생님이 죄송해요? 굳이 따지면 피가 달달한 준서 탓이고, 웬만한 모기약에는 꿈쩍도 안하는 독한 요즘 모기 탓이죠. 하하”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뿐만이 아니다. 아들 녀석이 어린이집 차량으로 등원하는 적응기간 동안 노란색차만 보면 그렇게 가열차게 울어댔다. 3~4일쯤 지난 어느 날, 노란색차를 보면서 “쪼기 와따~” 하고 반기는 게 아닌가. 차량 문이 열리자 기쁜 마음에 “선생님, 준서가 차를 많이 기다렸어요” 했더니, 글쎄 돌아오는 대답이 대뜸 “어머니 죄송해요” 


그날따라 신호 대기가 많이 잡혀 늦었다는 거다. 예상컨대 한 1~2분쯤 늦었나? 별반 늦은 것도 아닌데 운전사까지 합세해 연신 미안하단다. 다음부터는 절대 안 늦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에 왜 이렇게 미안하다고 말할까. 


교육ㆍ보육 관련 분야를 10여년 간 담당하다 보니 어린이집 취재는 내 전담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어린이집 아동폭행이나 학대 등 관련 사건사고 제보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취재 후 기사화 되는 타율은 상당히 낮다. 어린이집 내 CCTV, 아이 몸에 난 폭행 흔적 등 명확한 증거가 있지 않고서는 대부분 진실공방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몇 어린이집 관련 제보는 아이를 키우는(그래서 부모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내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들었다. 예컨대, 내 아이가 친구를 때렸는데 교사 자질을 문제 삼았다. 내 아이는 원래 폭력성향이 없는데 담임교사가 잘못 돌봐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또 교사가 어린이집 차량으로 퇴근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하원차량에 동승자로 탑승한 교사가 마지막 코스에서 내려 퇴근하는 것은 명백히 어린이집 재산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식단표와 음식이 다르고, 아이 양말이 너무 더러워지고, 낮잠을 오래 재우고 등등…. 

 
이것이 과연 어린이집에 항의하고 민원을 제기할 일인가? 나 자신과 한번만 오버랩해서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엄마랑 놀이터에 놀러 간 우리 아이, 간혹 친구랑 다툰다. 취재현장에 갔다가 집이 가까우면 바로 퇴근하기도 한다. 



볶음밥을 만들려고 했지만 아이가 너무 보채 그냥 맨밥에 조미김을 싸서 먹인 날도 많다. 방금 청소하고 돌아서면 아이가 또 그 자리를 어지럽힌다. 곤히 자는 아이를 애써 깨우지 않는다. 3살ㆍ6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그렇다.


물론 언론을 통해 상식 밖 보육교사를 많이 봐왔다. 차마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폭행과 학대를 일삼은 어린이집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일부 사건으로 모든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이 때문에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역시 부모를 잠재적 민원제기자로 오해해 지나칠 만큼 조심스러워 한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선생님! 선생님은 부족한 엄마 대신 따뜻한 곁으로 준서를 키워주고 계십니다. 저에게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 아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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