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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직필(正論直筆)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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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직필(正論直筆) 정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9/12 09:14 수정 2017.09.12 09:14
선비는 물에 빠져 죽어도 개헤엄은 치지 않고
얼어 죽어도 곁불은 쬐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언론은 굶어 죽어도 사실과 진실 앞에서는 냉정해야 한다













 
↑↑ 박언서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행정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이 진실이더라도 그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사실이란 있는 그대로 겉으로 나타나거나 천명하는 것이고 진실은 사실 뒤 숨은 의도로 인식한다. 겉으로 나타난 사실이 나쁘거나 불리하면 왜곡하는 수가 많고 진실은 감춰지기 때문이다. 사실 자체가 진실이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은폐함으로써 서로를 불신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왜곡된 사실과 은폐된 진실은 사회를 혼란으로 인도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광우병 파동, 한미 FTA 반대 투쟁, 밀양 송전탑 설치 반대, 천성산 도룡농 사건, 천안함 폭침사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사건, 세월호 사건, 신종 플루 위험성에 대한 진실,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사건 등은 사실이 왜곡되고 진실이 은폐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선한 사실을 연출해 악한 진실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악덕 기업가가 천사 얼굴로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악마의 주문이다. 겉으로는 선함을 가장하지만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함이 감추어져 있다면 사악한 진실이다. 악한 진실을 선한 사실로 표현하더라도 직원들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불가항력 무력감만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공개된 공간에서 정치인을 비롯한 기득권자들은 언제나 선함을 가장한다. 간혹 빙산의 일각이지만 그들 비행이 폭로되면 엄청난 배신감에 분노한다. 겉으로는 선한 척 하는 사실과 뒤로는 사리사욕을 채우는 진실을 인지하더라도 그들의 악한 진실을 막을 방법이 없다. 사람들은 정치인과 기득권자들은 불신하고 분노하면서도 체념 상태에서 그들에게 자신 운명을 맡기는 아이러니는 계속된다. 

 
양산시청 입구 도로 아치에 ‘기업하기 제일 좋은 곳’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 말이 사실일까. 겉으로는 기업하기 제일 좋다고 홍보하면서도 관료화된 행정문화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막스 베버가 지적한 것처럼 관료제 병리현상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신입 공무원들은 초심이 흔들리고 중견 공무원들은 영혼이 사라진 듯하다. 기업하기 제일 좋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것일 수 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사실과 진실을 구별하기란 더욱 어렵다. 대부분 정치인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든지,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든다느니 하면서 자신 이익은 추구하지 않는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사람인 것처럼 목청을 높인다. 자신 이익을 위해서라는 진실은 절대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혼란스럽고, 그들 도덕성과 능력도 믿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진실을 왜곡해 상징을 조작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유리하게 호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정치인 말을 믿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진실이 무엇인지, 악한 진실이 선한 사실로 둔갑해 천명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바보가 되는 줄 알면서도 사악한 진실이나 왜곡된 사실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사실과 진실 앞에 냉정해야 하는 언론도 보다 강한 자의 눈치를 보아 온 것은 부인할 수 없고 광고주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수단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어도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고 은폐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언론 역할이다. 선비는 물에 빠져 죽어도 개헤엄은 치지 않고 얼어 죽어도 곁불은 쬐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언론은 굶어 죽어도 사실과 진실 앞에서는 냉정해야 한다.
양산지역 유력주간지인 양산시민신문이 창간 14주년이다. 지방신문이 갖는 많은 한계 속에서도 나름 정의를 실현하고자 자신 역할을 다해 왔다고 보인다. 사실은 사실대로 보도하고,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언론 정신과 사명을 다해 왔다고 믿고 싶다. 세류에 편승하지 말고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진정한 정론직필 정신으로 독자에게 사랑받는 신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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