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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줄의 노트]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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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줄의 노트] 묵묵부답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9/19 09:57 수정 2017.09.19 09:57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묵묵부답
- 도광의



둑에 나무 베어 버리고 난 이후에
물에 잠긴 그림자 볼 수 없었다
소쿠리 모양 에둘러 앉아있던
한가한 산 그림자 볼 수 없었다
나무 몇 그루 베어 버렸다고
물에 잠긴 산 그림자 볼 수 없다니
그게 말이 되느냐고
지나가던 여자가 대꾸한다
글쎄요, 나 또한 묵묵부답일 수밖에…….



ㅣ시 감상



물속에 잠긴 침잠의 언어들. 시에서 침묵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계절마다 변화를 주며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아 즐거운 비명을 남겼던 몇 그루 나무들이 소쿠리 모양을 하면서 여유를 주고 둥글게 둥글게 행복을 주고받게 했던 대화가 뚝 끊겨버렸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숨어버렸다. 여름날 초록 잎이라면 물 또한 온통 초록이라 나뭇잎 색과 하나 되어 숨바꼭질한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가을에는 단풍으로 화려한 그 색을 어찌 감출 수 있겠는가 분명 누군가에 의해 베어져 나간 것이 틀림없을 것이고 물에 잠긴 산 그림자를 볼 수 없음은 속상한 일이다. 


몇 그루 나무가 없다고 산 그림자를 볼 수 없다? 그게 말이 되는 것인가? 묵묵부답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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