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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책읽는 도시, 양산을 꿈꾸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
기획/특집

[책읽는 도시, 양산을 꿈꾸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9/29 16:58
김민지 양산여고 2학년

양산시립도서관이 추진 중인 ‘한 도시 한 책읽기’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역에 다양한 사람과 계층이 함께 만들어가는 릴레이 독서평입니다. 책을 통해 함께 생각을 나누는 양산시민이 되길 기대합니다. - 편집자 주
















 
↑↑ 김민지 양산여고 2학년
ⓒ 양산시민신문 
나는 초등학교 때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통해서 김중미 작가를 처음 알게 됐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소설 ‘꽃섬고개 친구들’로 다시 한 번 작가와 글로 인연을 맺었다. ‘모두 깜언’은 세 번째로 읽은 김중미 작가 소설이다.



앞의 두 책을 읽었을 때에도 양심적 병역기피와 같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사회 문제들과 소외된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왔는데, ‘모두 깜언’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구순 구개열로 태어난 주인공 유정이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작은 아빠 밑에서 자란 유정이는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어릴 때 부모님이 바빠서 할머니 손에 자랐던 나는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모두 깜언’을 통해 우리 주변 사회문제들을 역지사지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뜻 깊었다.


유정이 작은 아빠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농민이다. 그동안 한미FTA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농민 입장에서 FTA를 바라보니 그들 고통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요즘 2012년 발효된 한미FTA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對)한국 무역 적자가 크게 늘었다며 무역 불균형을 개선하고 자국 이익을 위해 한미FTA 개정 협상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정부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


FTA 이후 파죽지세로 밀려들어온 농산물로 인해 영세한 농민들은 큰 타격을 받아왔다. 구제역으로 기르던 소들을 살처분한 광수아빠, 조류독감이 올까 걱정하면서 대기업 입맛에 맞게 닭을 납품하고 있는 최 씨 아저씨가 바로 그들이다.



농민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도 힘을 합쳐 정부에 맞서고 친환경 농사를 포기하지 않는 작은 아빠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고, 이런 상황에도 농고에 진학하려는 광수가 대견해 보였다.


한편, 작은 아빠와 결혼한 작은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작은 엄마는 살문리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 다른 많은 외국인 여성들은 사기결혼이나 가정폭력, 인종차별 등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주변에도(특히, 양산) 조금만 눈을 돌리면 외국인 여성들이나 노동자들이 많이 보인다. 유정이 조카 용민이는 형들이 다문화라고 놀려서 학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 실제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부모가 한글을 몰라서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생김새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을 위해 타지에서 고생하는 마음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같은 나라에서 살게 된 이상 그들을 우리 국민으로 생각하고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한 길이 하나 더 있다. 우리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일본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가 먼저 베트남 전쟁 때 한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해야 앞으로 우리가 받게 될 사과도 정당해질 것이다. 한국어와 베트남어가 합쳐진 책 제목 ‘모두 깜언’처럼 두 나라가 공존할 수 있는 것 같다.


‘모두 깜언’에 나오는 살문리 사람들은 모두 나름 크고 작은 결핍을 가지고 있다. 사회에서 조금은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이지만, 서로 의지하며 힘을 모아 살아간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우리와 달리, 살문리에서는 서로 일손을 돕고 음식을 나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동네 사람들끼리 즐거운 일은 나누고 힘든 일은 함께 짊어지며 살았다. 그러나 그런 공동체가 지금은 점점 사라지고 해체되고 있다. 바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도 조금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살문리 사람들처럼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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