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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
ⓒ 양산시민신문 |
가을 문턱에 서 있는 달, 9월이다.
9월에 들어서는 첫 주말에 필자는 배필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양산이 아닌 진해에서 예식을 올렸음에도, 마을분들이 축하인사와 함께 참 많이도 와주셨다. 지금껏 지면에 마을살이에 대해 우리 동네, 이웃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써왔는데, 이번만큼은 이웃들이 필자인 나에게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써주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웃 한 분 한 분을 떠올려보고 싶다. 우리 동네에는 국민체육센터 수영장이 있는데, 필자는 3년 이상 수영을 배웠다. 그 안에서 많은 주민 분들을 만났는데, 그 중 70대를 바라보시는 어르신 두 분이 계신다. 한번은 커피를 배워보고 싶다고 하셔서 알려드렸는데, 그때부터 필자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신다.
또 다른 이웃은 소소봄에서 일을 했던 청년이다. 토리(소소봄에서 만든 닉네임이며, 발달장애가 있다)와 인연은 5년 전쯤인 것 같다. 어머니와 함께 간간히 차를 마시러 오셨는데, 어느 날 필자는 어머니에게 토리 아침청소를 제안했다.
우선 일을 해서 버는 돈에 대한 개념이 생겼고, 노동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아는 것 같다고 하셨다. 집에서 자주적인 일상생활을 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과 동시에 대인관계에 대해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고 하셨다. 지금은 어머니가 운영하는 곳에서 청소를 하면서 용돈을 번다고 한다.
이런 토리에게 필자가 예식에 초대를 했다. 그리고 당일 토리는 지금껏 가본 가장 먼 길을 스스로 움직였다.(필자가 예식차량을 마련했다.) 토리 어머니는 장성한 아들이 예전 직장 주인 결혼식에 초대받은 것을 기뻐하셨고, 이에 맞춰 토리는 예복도 자신이 선택해 구입했다고 한다. 그리고 예식이 끝나고 집으로 잘 돌아온 것 역시 토리 어머니는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필자 역시 같은 마음이다. 한 없이 대견스럽다.
또 다른 이웃은 소소봄에서 오고가며 만난 누나들이다. 어찌 아셨는지 “우리 동네 이쁜 누나”, “우리 동네 좋은 누나”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필자 손에 쥐어주고 가셨다. 또한 누나들은 지역 도예가 그릇을 예쁘게 포장해서 주셨다. 이외 동네 누나들은 진해까지 온 가족을 이끌고 오셨다. 모두들 자신 남동생 보내듯이 하신다. 필자에게는 누나가 없는데, 소소봄하면서 참 많은 누나들이 생겼다. 한 누나 말이 “시누이가 많다고 해라”였다. 그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또 다른 이웃은 이웃가족들이다. 소소봄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진해까지 아이를 업고 온 가족도 있었다. 가족잔치라 생각하고 오셨다고 했다. 필자는 어느새 대가족을 일군 사람이 돼 있었다.
또 다른 이웃은 이웃가게들이다. 다들 장사를 접을 순 없다고 일부러 찾아와 인사를 건네주셨다. 동네 맥주집은 수제맥주를 가져오시고, 동네 도자기집은 찻잔을 가져오셨다. 옆 동네 도서관에서는 밥그릇을 주셨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이번에 삶의 정점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정점은 바로 ‘정’이다. 필자는 카페사회사업가다. 사회사업가로서 복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경험을 이번에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일을 구구절절 소개한 것 같아 다소 부끄럽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이웃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이웃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예전에는 다들 별 다를 것 없이 누리고 누렸던 일상들이 지금에서는 하나의 예시로 혹은 사례로 이야기해야 하는 현실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9월 끝자락에 필자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아, 우리 동네 참 좋다, 우리 이웃 참 좋다”, “참말로 복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