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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아직도 이방인? 우리는 희망 만들어가는 웅상 주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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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방인? 우리는 희망 만들어가는 웅상 주민입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09/29 17:37
희망웅상 이주민센터 속 양산사람들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한마음으로
밧줄사건 유가족 돕기 성금 모금에
여성재단 기부릴레이도 5년째 참여

네팔 지진, 캄보디아 유혈사태 등
타국 피해자 돕는 활동에 앞장 서

서창동 청소봉사, 한글교실 봉사도
“지역주민으로써 역할 다하는 거죠”

“어떻게 성금을 모으게 됐냐구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인데, 웅상 주민이 돕는 건 당연한 도리 아닌가요?”

우문현답이었다. 기자 질문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양산에서 발생한 끔찍한 밧줄 추락 피해자 유가족을 돕는 손길에 이들도 동참했다. 조금은 더 특별한 성금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더는 외국인, 이방인이 아닌 지역주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희망웅상 이주민센터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은 이웃돕기와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주민으로써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 양산시민신문


이들의 이웃돕기 활동 시작은 2009년이었다. ‘딸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여성재단에서 진행한 100인 기부릴레이 동참이 첫 시작이었다. 


류경혜 희망웅상 이주민센터장은 “희망웅상을 찾는 많은 이주민이 자원봉사자 강사들이 강사비 등 월급을 받고 일을 한다고 알고 있더군요. 어떻게 아무런 대가없이 매일 한글을 가르치고 상담을 해주는지 이해를 못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들에게 ‘이익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남을 도와주는 봉사’라는 의미를 알려주자는 취지로 기부 문화를 설명했죠”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기부금이 모였다. 2천원, 3천원부터 직장을 다니는 이주민은 흔쾌히 1만원까지 기부했다. 이후 해마다 이주민 100여명이 작은 정성을 모아 60~70만원 성금을 한국여성재단에 전달했다. 그렇게 기부릴레이에 참여한 지 벌써 5년째다. 


2년 전, 7.3규모 강진이 네팔을 강타해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네팔 지진 사건 때도 흔쾌히 성금 모금활동을 펼쳤다. 3년 전, 캄보디어 현지 한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 인상 시위를 하다 무차별 총격으로 유혈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희망웅상 이주민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이주민 가운데 네팔과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있기에 이들 마음까지 위로하며 정성껏 성금을 모아 희생자들을 도왔다. 


기부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마대자루와 집게를 들고 거리로 나와 깨끗한 마을 만들기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2~3달에 한 번씩 70여명 이주민들이 서창동 일대를 돌면서 청소를 한다. 지난달 24일에도 희망웅상 한글교실을 마친 결혼이주여성이 어린 자녀까지 데리고 지역주민과 함께 청소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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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원지혜(37) 씨는 “서창지역 원룸에 거주하는 이주민들 탓에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 안돼 거리가 더럽다는 얘기를 들었죠. 분명 이주민들만 문제는 아닌데 모든 책임을 이주민들이 떠안고 있는 것 같아 억울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청소하자는 생각으로 청소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단순히 쓰레기만 줍는 것이 봉사활동 전부는 아니다. 이들은 진짜 봉사활동가가 되기 위해서 자원봉사교육을 받고 1박 2일 연수에 참여하면서 봉사의 참된 의미까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참여해 다문화 가족 봉사단 형태로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가 그렇듯 봉사활동에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 희망웅상 이주민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대다수 이주민들이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이거나 혹은 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해야 하는 젊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마음은 있지만 참여하지 못하는 이주민들이 많다. 그래서 희망웅상은 배우면서 봉사할 수 있도록 한글교실 자원봉사자를 이주민들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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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교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김송리(28, 캄보디아 출신) 씨는 “‘봉사=배움’이라고 생각해요. 남을 도와주면서 나도 배울 수 있는 봉사활동이 참 좋아요. 하루는 배우고, 또 하루는 가르치면서 그렇게 한국어에 능숙한 한국사람이 돼 가고 있는 것 같아 기뻐요. 캄보디아에서 하지 못했던 봉사활동이지만,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라도 남을 돕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류 센터장은 “얼마전 센터를 찾은 밧줄 유가족이 ‘먼 타국에 와서 어려운 형편에 조금씩 모아 준 귀하고 값진 모금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연신 고마워하셨죠. 이 친구들 마음을 지켜보는 저도 감동이었어요. 다양한 국적 친구들이 모여 있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 아래 이제는 힘들고 어려운 이웃까지 바라보고 챙기는 따뜻한 마음이 너무나 아름다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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