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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책읽는 도시, 양산을 꿈꾸다] 결핍은 곧 사랑의 힘으로..
기획/특집

[책읽는 도시, 양산을 꿈꾸다] 결핍은 곧 사랑의 힘으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10/17 09:38 수정 2017.10.17 09:38
차예경 양산시의원











 
ⓒ 양산시민신문 
오랜만에 요청받은 독후감이라 도서관엘 갔더니 책이 다 대출됐다. 대형서점을 찾아 한 권 남은 책을 구석에서 읽어 내려갔다. 독서라곤 전공과 관련한 인문학 책이 대부분인 나에게 오랜만에 읽는 청소년 장편소설은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거기서 나와 양산시를 투영해 봤다.


작가는 강화도로 생활근거지를 옮긴 뒤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곳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왜 10여년 시간이 필요했을까. 아마도 작가는 그들 삶이 한낱 이야기 소재로 소비되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스스로 가장 진실한 언어로 그들 얘기를 할 수 있는 그 순간을 기다렸으리라. 나도 양산시를 아는데 최소 10년 이상을 지켜보고 함께 살아봐야 시민 생각을 알 수 있나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봤다.


유정이네 가족은 상처 가득한 현실을 함께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다. 공동체 의식은 친구와 이웃에게로 확장되며 유정이는 살문리 마을 아이로 존재한다. 유정이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홀로 존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농촌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들이 슬픔에만 빠져 있지 않는 이유다.


고등학교 첫 등굣날 유정이가 보낸 ‘모두 깜언!’(모두 고마워!)이라는 메시지는 자신을 길러준 공동체에 보내는 인사기도 하다. 작품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그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유정이와 지희는 읍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광수는 농고에 진학했다. 광수 아버지는 빚을 내 다시 소를 기르기 시작했다. 작은 아버지는 농업을 지키기 위해 FTA에 맞설 것이고, 작은 엄마와 아이들은 다문화 가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 것이다.


내 주변 이웃들에게도 소설 속 이야기가 겹친다. 광수 아버지가 구제역으로 소를 살처분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걸 보고 조류독감으로 닭을 살처분했을 때 농가 여주인이 엉뚱한 마음 먹을까 담당공무원이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유정이 작은 아버지를 보며 젊었을 때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한 후 FTA를 막아보겠다고 농민운동을 했다던 동료 시의원 임정섭도 떠올렸다. 그 분 젊은 날도 그러했으리라. 원동매화축제로 꽃구경에 여념 없을 때 폭우라도 오면 꽃이 빨리 떨어진다며 매실 작황 걱정에, 가뭄이면 농가 물 걱정에 이리 저리 뛰는 현실이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생소하기도 했다.


유정이 작은 엄마는 베트남에서 시집온 어린 신부다. 사촌동생인 용민은 종종 학교 친구들에게 다문화라고 놀림을 받는다. 양산시 출입국 사무소 등록돼 있는 외국인 숫자가 2017년 7월 현재 5천750명이라고 한다. 취업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말에 시장만 가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경제 일부분을 맡고 있는 우리 이웃임에 틀림없다.


살문리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들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학에서 취업을 담당하는 업무를 하면서 청년 아픔을 절실히 느끼고 살았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을 하고 일본으로 진학한 친구가 의회로 찾아왔다. 아버지가 농아이고 생계를 담당하고 있던 친구지만 과감히 미래를 위해 일본으로 떠났었다. 6개월 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식당 아르바이트 때문에 손이 습진으로 엉망이었다. 그런 친구가 3년 후 졸업반이 돼 추석에 한국에 왔다며 과자선물을 들고 나를 찾았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그들이 바로 우리 가족이고 친척,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핍도 사랑과 격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주변을 더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소설 속 유정 작은 엄마가 말한 ‘꿍어, 꿍안, 꿍떰’은 베트남 말로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다’는 뜻이다. 이 말처럼 양산시가 행복하게 함께 어울려 사람사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그 날이 되도록 모두 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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