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년 양산지킴이로 살았는데, 이제는 우리 아이들 배움터를 지키렵니다”
ⓒ 양산시민신문 |
함천태 씨는 학생들에게 엄격한 생활지도 선생님이자 때로는 어리광이나 투정을 다 받아주는 푸근한 할아버지다. 더욱이 몸에 밴 근면성과 봉사정신으로 근무하다보니 교사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37년간 경찰에 몸 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3월부터 중부초 배움터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함 씨는 학교에서 든든한 ‘스쿨폴리스’로 통한다.
학교 안에서 발생할 지도 모르는 크고 작은 폭력과 집단 따돌림, 외래자 단속 등을 예방하고 저지하는 것은 물론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차원에서 지도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교내ㆍ외 취약지역 순회지도와 등ㆍ하교 지도, 교통안전 지도 등 생활지도 보조업무도 하고 있다. 현재 3년차로, 명실공히 베테랑 배움터지킴이가 된 셈이다.
하지만 함 씨가 배움터지킴이가 되기로 결심하는 데 사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경찰퇴임 후 배움터지킴이가 된다는 게 후배들과 가족에게 그리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해맑은 아이들과 인사하며 아침을 여는 배움터지킴이 활동에 더할나위없는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나는 아직 어떤 일이든 할 자신이 있는데 벌써 퇴임을 해야 하나 생각했죠. 그러다 내가 해왔던 일, 내가 좋아하는 일,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다시 고민하다보니 배움터지킴이가 떠올랐어요. 양주파출소장과 여성청소년과장을 역임하며 지역학교와 청소년에 많은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퇴임 후 큰 망설임 없이 배움터지킴이에 지원했어요”
ⓒ 양산시민신문 |
함 씨는 지난 2014년 12월, 37년 경찰공직을 마감하고 정년퇴임했다. 그리고 삶의 휴식을 찾을 만도 한데 그 이듬해 3월부터 곧바로 배움터지킴이로 활동했다. 아직 쉴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그래서일까? 현직 경찰 못지않게 경찰의 촉이 빛난 사건이 하나 있었다. 하루는 함 씨가 학교를 순회하다 학교 주변을 서성이던 한 성인 남성을 보고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분위기를 느껴 휴대폰으로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는 얼마 후 학교에서 외부인 침입사건이 발생했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휴대폰 속 남성을 추적했더니 범인으로 드러났다. 37년 경찰 내공을 보여준 사건으로, 경찰서에서 감사장까지 받았다.
“습관이었죠. 수상쩍은 행동을 하면 유심히 살피고 증거를 남겨놓곤 했죠. 아이들이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믿고 생활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제 몫이니까요”
함 씨는 지금도 여전히 마라톤과 사진촬영을 즐긴다. 풀코스를 완주하는 마라톤 실력을 갖춘데다 사진동호회는 물론 양산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전문사진작가다. 무엇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함 씨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퇴임 후에도 ‘내가 왕년에…’라는 생각을 한다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어려워요. 사회경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어떤 일이든 만족할 수 있어요. 배움터지킴이처럼 아이들을 웃음으로 보살필 수 있는 일이라면 퇴임 후 새로운 일자리로 적극 추천해요.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