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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줄의 노트] 완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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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줄의 노트] 완행열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10/24 09:30 수정 2017.10.24 09:30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 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모를 뻔 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 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은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 하였지


l 시 감상



급행열차를 놓쳐 완행열차를 타 본 적이 있는가?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을 느끼게 해 준….


덜커덩거리는 소음과 함께 차창 밖 풍경에서 느낄 수 있는 느림의 미학으로 창가를 스치며 지나는 자연 경치에 푹 빠져 재미를 느껴보았던 그 호젓함이란.



가을이다. 계절에 맞게 전시회장마다 예술가들 작품이 한껏 뽐내고 있지만 완행열차를 타고 바라보는 창밖 풍경만큼이나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리고 간이역을 지날 때마다 전봇대나 담벼락에 쓰인 글귀들처럼 사람 사는 냄새가 배어있는 진솔한 글을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가끔은 혼자 고속열차보다 삼등열차를 타며 소소한 재미를 가지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완행열차’, 한 편의 시를 읽으며 느끼는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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