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책 읽는 도시 양산을 꿈꾸다]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한..
기획/특집

[책 읽는 도시 양산을 꿈꾸다]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10/31 09:28 수정 2017.10.31 09:28
강태현 변호사













 
↑↑ 강태현 변호사
ⓒ 양산시민신문 
‘모두 깜언’ 속 살문리는 베트남에서 온 작은 엄마, 부모 이혼으로 할머니, 작은 아빠 손에서 자란 유정이, 엄마 없이 씩씩한 광수, FTA로 변한 농촌 현실, 관행농과 무농약, 유기농법 도입 등 대도시 주변 농촌 어려움과 힘든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우리는 매일 남모르게 ‘실패’하고 산다. 내 비밀을 남이 알까 저어하고, 결핍에 결핍을 더하고…. 학교, 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실패자로 낙인찍히고 주위 시선에 주눅 든다. 삶 그 자체로 놓고 보면 하나의 ‘특별한’ 인생일 뿐인데 말이다. 작은 아빠와 베트남 아내와 만남이 결핍의 회복을 예고하는 것인가?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결핍 원인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 밥상에 올라오는 숟가락만 봐도 알 수 있는 게 작은 동네 인심이다. 관습 속에 살아온 이들에게 부끄러운 일들이라 치부되는 것들이 더 이상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 됐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아이들과 관련한 일이라면. 떠난 엄마를 되돌리긴 어렵고 장애를 비장애로 바꿀 순 없기에 모성 결핍이나 장애를 광수, 유정 잘못으로 돌릴 수 없다. 모성 부족을 마치 그들 잘못인 것처럼 취급하는 인심이 야속할 뿐이다.


갓 태어난 강아지를 안으며(모성의 한 가지 표현으로 본다), 고추를 심으며(새로운 일의 시작을 함께한다), 놀림을 당하고 놀림하며(아이들도 동시에 제3자가 된다), 아이들은 자란다. 아이들 몸으로, 눈으로 보면 세상은 다 재밌을 것 같은데, 사실 어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소설은 말한다.


결말에 이르러 유정의 수술한 입술과 주눅 들지 않는 광수 어깨가 멋있다. 광수 아버지 재기는 더 멋지다. 크면서 치유되고 메워진다. 작은 아빠나 엄마, 유정이나 광수가 겪었던 결핍을 찾는 것 자체가 아픈 과정이다. 우리 이웃 모습이고 자화상이다. 우리는 이렇게 채우면서 나아간다. 새로운 모성이 작은 엄마가 되고, 부성이 작은 아빠로 채워진다.


농촌 풍경이 정겹기는 해도 그 속에 녹아 있는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삶의 거미줄을 열심히 치며 나아갈 수밖에 없는 깨끗한 영혼들의 해피엔딩이 소설답다. 그래서 더 슬프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유정이 시간이, 외국인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 되려는 작은 엄마 노력이, 이 모두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가장 보수적인 할머니 욕이 눈물겹고 정겹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포기하지 말고, 책 마지막 목차처럼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 한다’는 사실을 되새겨보자. 엄마가 떠나도, 축사에 불이 나도, 학교에서 놀림을 당해도, 꽃 대궐 뒷동산을 바라보자. 언제나 변함없을 것 같았던 현실도 변하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작은 진리를 확인하자.


이웃집과 함께 놀고 일하며 그렇게 살아보자. 피폐한 농촌 현실을, 한미 FTA를 넘어 새로운 생각으로 보면 행복한 꽃 대궐이 거기 있을 것이다. 그 쯤 되면 나도 바뀌어 있을 것이다. 훌쩍 큰 내가 새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을까.


유정이랑 친구들 모두 가끔 그리울 거다. 작은 아빠 부부가 행복하길 바란다. 소설 밖으로 나가지 않아 잠시나마 따뜻하다. 소설 밖은 추울 수 있다. 소설로 위안을 삼자. “꿍어, 꿍안, 꿍떰!”을 외치며 작은 나라를 상상해보자.


반대로 부족한 것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겐 부족함이 필요하다. 부족함이 있어야 나눠 쓰고 배려할 줄 알게 된다. 아이 하나만 알고 사는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아이가 성장하는 것은 부모 양육이 기본이지만 결국 모든 것은 그 아이 자산으로 남는다. 예의범절, 공부와 지식, 친구 등이 모두 자산이다. 우리가, 이 사회가 진정으로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 것은 ‘결핍’의 적당한 ‘분배’다.



강태현 변호사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