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모범이었다. 2010년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이 ‘무상급식 4개년 추진계획안’에 합의했을 때만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지자체가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속에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2011년부터 진행한 무상급식은 그래서 한때 전국 모범으로 회자됐다. 그런데 어쩌다 2017년 현재 경남지역 무상급식은 전국 최저 수준이 돼버렸다. 우리 모두가 정치적 논쟁과 갈등으로 무상급식이 하루아침에 후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할 때, 경남은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겨우 회복시켰다. 현 정부조차 무상급식 전면화를 주장하는 지금에서야 중학교 무상급식에 합의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지난 8년을 정리하고, 앞으로 남은 과제를 전망해봤다.
경남지역 무상급식은 2010년 8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와 고영진 전 경남교육감이 ‘무상급식 4개년 추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급속도로 진전됐다. 당시 무상급식은 김 지사와 고 교육감 공통 공약사업이기도 해 2014년까지 경남 도내 모든 초ㆍ중ㆍ고교에 무상급식을 적용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첫해부터 경남도의회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읍ㆍ면지역 초ㆍ중ㆍ고교 무상급식으로 첫 테이프를 끊으려 했지만 하는 수 없이 고교는 제외하고 무상급식 사업을 시작했다. 차근차근 확대해 가며 2013년 모든 초등학생과 읍ㆍ면지역 중ㆍ고교로 무상급식 대상을 넓혀갔다.
이 과정에서 2010년 당초 합의했던 예산분담이 경남도 30%, 지자체 40%, 교육청 30% 비율에서 26%ㆍ40%ㆍ34%로 바뀌더니 2014년에 25%, 37.5%, 37.5%로 바뀌었다. 교육청 예산부담이 늘어나자 무상급식 확대 속도도 주춤해졌다.
급기야 2014년 11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교육청이 무상급식비 지원금 사용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거절했다는 이유였다. 반면 교육청은 기관 간 합의를 통해 지원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사전 협의도 없이 교육감 소속 일선학교에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하고 나서며 갈등이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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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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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15년 4월 저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유상급식으로 전환됐다. 무상급식 중단 과정 적절성을 두고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을 이어오다 1년 만에 무상급식이 다시 재개됐다. 하지만 예산분담이 경남도 10%, 지자체 40%, 교육청 50%로, 경남도가 월등히 낮은 비율로 합의를 이루면서 온전한 재개는 아니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 과정에서 양산지역 내홍도 심각했다. 무엇보다 양산시가 경남 시ㆍ군 가운데 가장 먼저 ‘경남도가 예산편성을 하지 않으면 양산시도 따르겠다’며 경남도 입장을 지지하면서 양산지역 학부모들이 단단히 뿔이 난 것이다. 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 학부모밴드, 교육희망양산학부모회 등 학부모들로 구성된 단체들이 기자회견, 집단시위 등을 통해 양산시를 매섭게 질타했다.
그러던 가운데 양산시의회가 자체예산을 투입해 지역 초ㆍ중ㆍ고교 학교급식에 사용하는 식품비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조례에 대해 양산시가 재의(再議)를 요구해 의원들이 다시 표결한 결과 결국 부결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이를 두고 ‘식품비 지원을 무상급식으로 둔갑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주장과 ‘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양산시의회 의원 간 갈등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무상급식 전환 국면은 홍 전 지사가 대선 출마로 도시사직을 사퇴하면서부터다. 엉뚱하게 무상급식 회복과 동지역까지 확대 논의가 경남도의회 중심으로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양산시도 올해 학교식품비 지원금을 300원에서 800원으로 올려 지역차별 해소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경남도의회, 경남도, 교육청 세 기관 간 협치TF를 가동키로 하고 무상급식 확대 방안을 본격 논의했다. 그 결과 내년부터 경남지역 모든 중학생에 무상급식이 이뤄진다. 예산비율은 경남도 20%, 지자체 40%, 교육청 40%로 잠정 합의했다. 만약 경남도의회가 현행 10%ㆍ40%ㆍ50% 유지를 주장하며 이 같은 예산비율을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 논의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양산지역 한 학부모는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선별급식, 경남도와 양산시의 생색내기용 소극 지원, 교육청과 정부에 책임 떠넘기기 등을 통해 그동안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무상급식 모범생에서 하루아침에 전국 꼴등이 되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지켜본 학부모 입장을 이제라도 헤아려주길 바라며, 더는 무상급식 후퇴 모습을 보이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