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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례 시인 양산천성문학 회원 2014년 심정문학 등단 제1집 ‘바람의 아픔’ | ||
ⓒ 양산시민신문 |
“응, 밥 사라고” 그 말씀을 곧 잘 하시는
임 박사님의 강의에서 배운
여러 시 중에 짧은 시 한 편을
기력 떨어진 내 머리가 겨우 붙들고
하산의 계단을 내려온다
한 달에 두 번
시 강의를 마치고 어둠이 내린 저녁
단골 할매보쌈집에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은
삶의 모퉁이를 돌 듯 우회전 좌회전 그리고 직진해야 한다
담벼락에 붙어선 나무는
골목길의 한적함에 외로움이 많은지
목을 길게 빼고 있고
길고양이 지나는 것을 잠시 보다가
외우던 시를 잃어버렸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어둠은 건달처럼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가로등은 잘못을 들켜버린 아이처럼 하얗게 질려있고
나뭇잎은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고 있다
어느새 나의 의심을 들여다 보고
훔쳐가지 않았다는 결백의 눈짓을 보내온다
제상에 올리려는 생선을
줄타기로 훔쳐먹은 고양이처럼
건망증이란 녀석이
시를 꿀꺽 삼키고 시치미를 뚝 떼고 있네
이런 도둑고양이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