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밤 12시까지 소아외래진료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폐쇄 위기를 맞았다. 최근 바뀐 달빛어린이병원 재정지원 정책을 둘러싸고 해당 병원과 행정기관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혹여나 폐쇄될까 지켜보는 부모 속만 타고 있는 상황이다.
웅상중앙병원에서 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1년 365일 밤 12시까지 소아과 전문의 외래진료를 하는 형태로, 양산 최초이자 유일한 의료사업이다.
소아환자 특성상 야간응급 상황이 많지만 대부분 경증으로 응급실 이용에 따른 비용적ㆍ심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또 맞벌이 부부 증가로 주간에 시간 내기 어려운 부모를 이해하고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의료서비스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으로 웅상중앙병원은 2015년 사업대상병원으로 선정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재정지원 방식이 바뀌면서 웅상중앙병원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나섰다.
웅상중앙병원에 따르면 기존에는 정액 보조금 지원 형태로 매달 2천만원 연간 2억4천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정액 보조금이 아닌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환자 수에 따라 지원금이 산정된다. 다시 말해 야간진료관리료 보상방식인데, 응급의료관리료 수가 1/2 수준이다.
병원은 “정부와 지자체는 수가 적용으로 보조금 없이 충분히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환자 수가 많지 않은 중소도시 병원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며 “올해 매달 수지 현황을 보면 적자 운영을 한 달이 더 많아 사실상 병원경영에 손해를 끼치고 있어 폐쇄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
ⓒ 양산시민신문 |
하지만 행정기관은 다른 입장이다. 보건복지부가 소아야간진료 수가 적용방식으로 바꾼 것은 오히려 달빛어린이병원을 확대하려는 방침이었고, 기존 정액 보조금보다 더 많은 추가수입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는 설명이다.
양산시 보건소는 “진료환자당 평균 진료비 9천610원을 가산해 보상하는 것으로, 변경된 수가 적용으로 충분히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하지만 병원 측에서 정확한 환자 수와 현황은 알리지 않고 적자 운영만 호소하고 있어, 수가 지원을 산정하는 건강보험공단에 자료를 요청해 놓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해당 병원과 행정기관 간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달빛어린이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부모 속만 새카맣게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가 적용으로 환자 진료비까지 덩달아 올라 부담이 되는 상황이지만, 폐쇄만은 막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인 것이다.
1살, 6살 자녀를 두고 있는 임아무개(39, 덕계동) 씨는 “영유아를 둔 부모라면 열이 펄펄 끊는 아이를 안고 야간에 응급실을 찾은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다”며 “하지만 준종합병원 응급실은 3개월 미만 영아에 대한 응급처치가 힘든 경우가 많고, 대학병원 응급실은 중증 환자들 사이에서 제대로 환자 취급도 받지 못하고 몇 시간을 대기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 부모 마음을 헤아려 정부가 달빛어린이병원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또 돈 때문에 이런 논란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양산시의회 차예경 의원(민주, 비례)은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환자 부담액이 늘어나 환자가 지금보다 줄어든다면 재정난이 악순환될 것으로 예측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정부 , 병원 입장 모두가 있겠지만 지자체는 무조건 환자인 시민 입장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이 유지ㆍ운영할 수 있도록 중재하고 방안 찾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